일본 IT 취업 그늘은… 적응 못하고 돌아온 젊은이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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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본 IT 취업 연수기관이 연수생 모집공고에 내건 말이다.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언이 말한 '디지털 노마드'(첨단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일하는 21세기형 유목민)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인터넷포털 '다음'의 취업 카페인 '취업 뽀개기'에 올라 있는 이 글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저와 제가 아는 사람들은 (일본 IT 취업을) '21세기 최첨단 노가다'라고 부릅니다. 전산이 원래 체질인 분이라면 모를까, 주5일 근무나 정시 출퇴근을 원하는 분이면 하지 마세요."

일본 IT 취업에 회의감을 표시한 이도 있다. "프로그래머가 비전이 얼마나 있을까요. 보통 30대 중반을 넘기기 힘듭니다" "일본에서 2500만~3000만원 정도의 연봉은 결코 많은 돈이 아니지요. 물가가 한국의 2~3배 정도니까. 보통 오후 10~11시까지 밤낮으로 코딩(프로그래밍)하는 게 기본이죠."

심지어 일부 IT 인력파견 회사들이 일본 취업자의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글도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지원센터 최병기 취업지원팀장은 "일부 공신력 없는 기관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며 "산업인력공단이나 공단이 위탁하는 연수기관에서는 일본의 IT 기업을 미리 선정해 보내기 때문에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이종구(사회학) 교수는 "일본 IT 취업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어떤 젊은이가, 일본의 어느 정도 수준의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며, 몇 년 정도 버티다 귀국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채수연 연구원은 "막상 일본에 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국내 연수기관들이 일본 IT 취업 희망자 모집 때 급여나 성공스토리 등 좋은 얘기만 부각시키지 말고 중장기 자기계발 가능성 등을 현실적으로 알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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