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체육관|"팔아버릴까" 고민|KBS측서 절차·시기 등 검토 실무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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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KBS가 서울 화곡동 새마을운동중앙본부 내에 건립한 88체육관의 매각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라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영훈 KBS 사장은 최근 집행간부들에 대한 업무지시를 통해 사회여론이 지극히 나쁜 88체육관의 매각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KBS 내 관련 부서는 매각방법·절차·시기 등을 검토하는 등 실무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KBS의 한 고위간부는 『5공 비리와 관계가 있는 이 체육관을 매각하는 것은 회사 이미지 개선뿐 아니라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KBS가 건물 소유권은 가지고 있지만 대지 소유권은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가지고 있어 매각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체육관 대관료가 낮게 책정돼 있어 누가 인수하더라도 적자운영이 불가피하며 도심권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매각의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다한 관리·운영비를 지출하고 적자운영을 하느니 차라리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안도 비공식적으로 검토된바 있으나 사원들의 비난을 우려해 포기한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들은 대지소유권자인 새마을운동중앙본부 측이 체육관 건물을 구입하거나 제 3자에게 부지·건물을 일괄 매각한 뒤 건물 분에 대해서는 KBS측에 실비 보상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최신 가변무대를 갖춘 1천9백82석 규모의 KBS 홀이 내년에 완공되는 IBC건물 내에 들어 있어 88체육관을 계속 소유할 명분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88체육관은 84년 2월27일 KBS와 아무 관련이 없는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주)한양을 시공업체로 지정, 「새마을운동중앙본부 체육관 공사」라는 명칭으로 착공했다.
그러나 이원홍 당시 KBS사장은 그해 12월31일 KBS와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약정서를 체결토록 했고 이 약정서에 따라 85년 1월1일부터 KBS가 공사를 떠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시공주가 된 KBS는 그해 5월2일 공사명을 「KBS 다목적 스포츠 홀」로 변경하고 공사금액을 96억9천5백만원으로 하는 경신계약을 주한양측과 체결했다.
KBS관계자들은 KBS가 시공주가 된 후에도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공사에 일일이 간섭, 몇 차례 설계변경을 강요했으며 이 과정에서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 1백30억원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86년 6월 완공된 이 체육관은 대지 8천1백80평·연건평 6천7백60평 규모며 주 체육관·보조 체육관·수영장 및 야외스탠드로 구성돼 있고 1만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맘모스 체육관이다.
이 체육관은 86년 아시안게임 및 서울올림픽 때 보조 경기장으로 활용되었고 현재는 사회체육 및 KBS 문화·체육행사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이 체육관은 한때 새마을운동중앙본부에 헌납됐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KBS측은 건물소유권은 계속 갖고 대지 소유권의 경우 향후 60년간 무상임차가 보장된 KBS재산이라고 해명한바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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