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민정수석 '부산 정권'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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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6일 정치권을 들쑤셔놨다. 문 전 수석의 전날 '부산 정권' 발언 때문이다. 그는 부산지역 기자들과 만나 "APEC 정상회의와 신항 개발 등 부산을 지원했고,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 시민들이 왜 (현 정권을) 부산 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지역에서 한 정당이 지방선거를 독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야당은 일제히 문 전 수석을 공격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문씨가 '부산 정권'운운한 것은 매우 고약하고 악의적인 지역감정 조장 발언"이라며 "대통령의 최측근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조장해 표를 얻으려 하는 것은 이 정부의 개혁이 얼마나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했는가를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정부.여당은 전국정당을 한다면서 부산에서는 부산 정권, 호남에서는 광주를 모태로 한 호남 정권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가 국민과 호남인을 대상으로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고 거칠게 반응했다. 두 당은 문 전 수석의 사과와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선관위와 검찰의 조사를 촉구했다.

민노당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지역주의를 부추겨 마지막 생존의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여당의 반응도 싸늘하다. "선거를 앞두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는 입장이다. 지도부는 애써 외면했지만,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의원들 사이에선 불쾌감의 강도가 더욱 거셌다. 대표적인 통합론자인 염동연 사무총장은 "전통 민주세력의 통합이 안 된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에 찬성한다는 말인가"라며 반문했다. 그는 또 "광주와 호남이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것"이라며 "부산 정권이라는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임종석 의원은 "정통성이 유지되면서 지역주의 극복 문제가 다뤄져야지, 모든 것을 먼저 지역 문제로 환치시켜 접근하면 기형아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지역의 한 의원은 "호남표 공략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는 당의 사정을 알고 하는 소리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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