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KT배왕위전 : 소년장사 송태곤의 낙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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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40기KT배왕위전'

<16강전 하이라이트>
○ . 송태곤 7단 ● . 최원용 4단

젊음은 위태롭다. 쑥쑥 뻗어나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화살 맞은 새처럼 추락한다. '소년장사'란 별명을 지닌 송태곤 7단은 1999년 프로가 된 이후 불과 4년 동안 천원전 등 5개 대회에서 우승했고 2003년 후지쓰배 세계대회서는 이창호 9단을 꺾고 결승까지 갔다가 이세돌 9단에게 져 우승컵을 놓쳤다. 이처럼 놀라운 속도로 급상승하는 송태곤 앞에 정상은 금방 손에 잡힐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송태곤은 깊은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아직 19세. 앞길은 창창하다.

이번 KT배 왕위전에서 송태곤은 최명훈 9단, 허영호 4단 등을 꺾고 16강에 올랐다. 22세의 최원용 4단은 올해 매우 잘나가고 있다. 32강전에서 신예강자 김지석 4단이 상승세를 탄 최원용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장면도(157~163)=흑의 노림은 우변 백이다. 157, 159는 숨고르기. 최원용 4단은 허공을 나는 한 마리 매처럼 습격의 타이밍을 보더니 드디어 161 젖히고 163으로 뚝 끊었다. 바로 이 수다. 163보다 161이 아주 중요하다. 송태곤 7단은 안색이 창백해진다. 사실은 그도 알고 있었다. 오래전에 이곳에서 큰 실수를 했고 그때 이후 이곳 사활의 부담이 거대한 바위처럼 등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제 올 것이 왔을 뿐이다. 흑의 노림은 A의 패다. 그야말로 꽃놀이 패이고 백엔 너무 피곤한 패다. 그렇다면 A의 패를 막는 길은 없을까.

참고도=백1로 두면 패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흑2로 두면 대마 전체가 그냥 잡힌다. 흑6에서 사망인데 백이 A에 두는 것은 손 빼도 오궁도화로 죽어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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