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려라공부] 이해명 교수가 말하는 '아버지의 자녀 교육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적지 않은 아버지에게 자녀 교육은 '뒷전'이기 십상이다. 바쁘기도 하지만 '엄마가 다 알아서 하니까' 으레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이런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사람이 있다. 단국대 특수교육과 이해명(62.(左)) 교수다. 그는 1999년 학생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버지의 관심이 높은 집안에서 좋은 아이를 기를 수 있다는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이 교수는 '자녀 교육은 어머니가 다 알아서 할 거란 환상을 버리라'고 주문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따로 있다는 것. 그래서 '자녀 성공의 Key는 아버지가 쥐고 있다'는 책도 펴냈다. 지난해 겨울 두란노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뒤 부쩍 '아버지론'에 관심이 많아진 유승학(35.회사원.(右))씨가 이 교수를 만났다. 딸 의진(안산 부곡초 1)이한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였다.

■ 초등학교 때 : 둘만의 데이트 시간을 가져라

아빠와의 대화 시간에 엄마는 빠지길

▶유=딸아이는 쑥스러운지, 처음에는 나와 말도 안 하려 하고 자꾸 뒤로 숨었습니다. 아버지학교를 다녀와서는 무조건 한방에 누워 한 시간씩 놀았습니다. 영어단어도 불러주고 매일 밤 축복기도문을 낭독했습니다. 이제는 품에 폭 안깁니다.

▶이=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아버지의 역할을 찾기 어렵습니다. 무조건 따로 만나서 자꾸 얘기하는 게 필요해요. 그렇게 하기가 어색하면 우선 e-메일이나 편지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유=초등학교 땐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

▶이=초등학교 때 지능의 93%, 학력의 75%가 결정됩니다. 학업태도의 기초가 다져지는 건 가정의 환경이죠. 이때 아버지는 독서와 토론, 진로.이성 문제에서 아이들에게 대화상대이면서 모델이 돼야 합니다. 술주정이나 폭력적인 아버지를 겪은 아이들은 곧잘 '나침반 없는 항해를 하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유=무엇부터 시작할까요.

▶이=저는 출근 전 아침 30분간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들을 데리고 영어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기억력이 최고로 좋을 때인 초등 3~6학년 때 외국어를 가르치는 게 좋다고 판단했죠. 중학교 전 학년 영어교과서를 반복하며 기본문형을 외우기 시작한 겁니다. 차차 영어동화책을 읽히고, 고전도 읽혀 갔죠. 초등학교 5학년 때 명심보감을 쓰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독서 속도도 빨라지고 글을 쓸 때도 수준 높은 단어를 구사하게 되더군요.

▶유=잘 따라오지 않으면요.

▶이=매일 아침 일어나서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다는 등 상을 주는 약속을 했습니다. 대신 약속한 것을 안 하면, 체벌도 엄격하게 했어요.

■ 중학교 때 : 밥상머리 토론을 생활화하라

독서 같이하면 아이 적성 금방 알아

▶이=아버지와의 대화는 언어능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언어에는 아이 수준에 맞춘 어머니 언어, 규범에 맞는 아버지 언어의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매주 책방에 가서 책을 고르고, 리스트를 만들고 주말 아침에 모여 앉아 아들에게 발표를 시키고 했습니다. 독서를 같이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아이의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방학을 택해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추천합니다. 여행적금을 같이 들었다가 여행을 가서 야영(텐트), 지도보기, 유물탐사 등의 지적 자극을 주는 거죠. 연세대 천체물리학자인 이영욱 박사는 현재 직업도구인 천체망원경이 어렸을 때 놀던 장난감과 규모만 다를 뿐이라고 말합니다.

▶유=서민적인 아버지들은 할 수 없겠습니다.(웃음)

▶이=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는 아버지가 화학공장에 다니는 고졸자로 늘 바빴지만 아버지 없이 아침을 먹은 기억이 없다고 회고합니다. 아버지가 조금만 시간을 내서 같이 보고, 공부하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지 사회적 위치나 개인적 학습 능력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 고등학교 때 : 적성을 찾아 탐방하라

전문가 찾아 진로 조언 구하면 좋아

▶이=이 시기에는 진로지도를 위해 모델 케이스를 찾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아버지도 배워야 하죠. 각종 동호회나 책의 저자를 찾아 삼고초려해야 합니다. 케인스의 아버지는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를 찾아 경제학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언어. 논리.수학을 꾸준히 준비시켰다고 합니다. 단 명문대 콤플렉스에서 자녀를 해방시키는 것은 아버지의 역할입니다. 어머니보다는 아버지가 자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쉽기 때문에 아이가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현실감각을 잘 갖춰야 합니다.

▶유=사춘기 때의 아이는 반항하지 않던가요.

▶이=대학원 원장을 할 때 직장생활에서 처신하는 어려움 등을 얘기해주니까 아이가 인생의 선행학습이라고 생각했던지 솔깃하게 듣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대화에 익숙해지면 유대감이 생깁니다. 오히려 아이가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하면서 감싸려 들 때는 콧날이 시큰해지죠.

▶유=그런데 집에서 가사도 열심히 하십니까.

▶이=그럼요. 아이는 민감한 어머니의 기분을 잘 압니다. 부부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위기를 극복해나간다는 믿음을 줘야 하죠. 설거지.청소는 물론, 심심하지 않게 야외로도 놀러 다니느라 고생합니다.(웃음)

글=이원진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위해선 …

(1) 일주일에 최소 1시간은 자녀와 함께 보내라

(2) 아침 식사는 꼭 온 가족이 함께하라

(3) TV를 끄고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라

(4) 자녀에게 편지를 써서 사랑을 표현하라

(5) 직장에서 일어난 일을 자녀에게 얘기하라

(6)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라

(7) 자녀와 함께 여행하면서 세상을 가르쳐라

(8) 재능 발견의 때를 놓치지 마라

(9) 자녀에게 돈의 개념을 가르쳐라

(10) 자녀와 함께 물건을 만들어라

(11)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제하라

(12) 자녀에게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라

(13) 부드러운 말투로 자녀에게 계속 질문하라

(14) 자녀와 함께 가족회의를 하라

(15) 자녀가 독립할 나이에는 그들의 세계를 인정해 주어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