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韓流' 열풍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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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 열도에 한류(韓流)열풍이 거세다. 한국의 드라마나 DVD.CD.영화 등이 각종 차트의 상위권을 휩쓸고 일부 여행사들은 '촬영지 답사' 패키지 상품까지 만들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최근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겨울 소나타'. 지난해 1~3월 KBS에서 '겨울연가'란 이름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지난 4월부터 종영한 지난 4일까지 NHK위성방송에서 매주 목요일 밤 일본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20회 방영의 평균 시청률은 23%. 드라마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인기였다.

방영기간 중 시청자들로부터 "이렇게 마음을 설레게 만든 드라마를 만나게 되다니 너무나 행복하다" "이 드라마를 보고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등의 전화와 e-메일이 1만3천통 넘게 방송국에 쏟아졌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난주에도 '겨울 소나타'는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서 1~2위를 기록할 정도의 열기다.

NHK 측은 시청자들의 요청에 못 이겨 지난주 '다시 보는 겨울 소나타'란 특집 방송을 내보냈지만 그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결국 방송사 측은 최근 이 드라마를 오는 12월 재방영하기로 했다. NHK는 이같은 한류 열풍에 호응해 오는 25일 시작되는 후속 드라마도 SBS가 2001년 방송했던 '아름다운 날들'(이병헌.최지우 주연)로 결정했다.

NHK 관계자는 "한국 특유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초등학생에서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일본 시청자들에게서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겨울 소나타 관련 DVD.CD.서적 등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지난달 21일 판매가 시작된 DVD의 경우 한달이 채 안 됐는데도 벌써 3만개가 나갔다.

제작사 관계자는 "일본 내 최고 인기가수이자 배우인 기무라 다쿠야가 주연했던 드라마보다 더 잘 나가고 있다"며 "한류 열기가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주제가를 일본어로 바꿔 출시한 CD도 지난 10일 판매된 이후 불과 열흘도 안 돼 각종 차트에서 10위권 안으로 치고 올라오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일 언론들은 "지난해 월드컵 때 축구로 조성된 '한국 붐'이 이제는 '대중문화 붐'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문화적 기반이 비슷한 만큼 지금의 열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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