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北노숙영, 南 기자에 “통일, 원하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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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농구 여자 단일팀 준결승이 30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렸다. 단일팀이 대만을 89-66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했다. 노숙영이 공격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농구 여자 단일팀 준결승이 30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렸다. 단일팀이 대만을 89-66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했다. 노숙영이 공격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1일 2018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아쉽게 중국에 패한 남북단일팀의 북한 노숙영이 경기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당초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던 노숙영은 이날 주위의 설득 끝에 경기 직후 기자들 앞에 섰다.

노숙영은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가 뜻대로 되지 않아 섭섭하다. 1등의 영예를 아쉽게 놓쳤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앞에(결승전 전까지) 성과가 있다고 한들 결승 경기에서 잘못했는데, 그 성과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실제 경기 마당에서 자기가 할 몫을 했어야 응당 자기 선수로서 본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조적으로 답했다.

이어 지난 달간 남측 선수들과 한 팀으로 뛴 소감에 대해서는 "북과 남이 합쳐서 훈련하니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다만 남측 리그에서 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다고 섭섭지 마시라"고 운을 뗀 뒤 "통일이 되는 걸 원하십니까"라고 반문했다. 인터뷰 자리에 북측 관계자가 배석했던 만큼 다소 민감한 질문을 반문으로 받아친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이 되면 저도 그 팀에 가서 뛸 수 있고 그 팀 선수들도 저희 팀에서 뛸 수 있다"며 "하루 빨리 통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별리그부터 빠짐없이 경기장을 찾아와 '힘내라 코리아'를 외쳐준 합동 응원단에 대해서는 "힘이 솟습니다. 힘든 속에서도 우리 팀 응원해주시고 힘차게 고무해주시니 정말 힘이 납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함께 있던 정성심 북측 코치도 "한마디 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정 코치는 "경기 끝나는 순간까지 열심히 응원해주신 남측 모든 응원자에게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한 후 노숙영과 함께 기자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하고 자리를 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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