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136] 반갑지 않은 손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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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잦다. 들녘에 필요한 것은 강한 햇볕과 산들거리는 바람일 텐데 생명의 근원이라는 '하늘 물'이 흔하다 보니 반갑지 않는 손님이 돼버렸다."

위 글에 쓰인 '반갑지 않는 손님'. 자칫 지나치기 쉽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이때는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써야 한다.

앞 말을 부정하는 의미가 있는 '않는'과 '않은'은 철자 자체로는 틀린 게 아니다. 그러나 문맥에 따라 구별해야 한다.

①"눈도 깜짝거리지 않은 사관생도"

"눈도 깜짝거리지 않는 사관생도"

②"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녀"

①의 두 글은 '않은' 과 '않는'의 차이만 빼면 다른 점이 없다. 하지만 '않는(은)' 앞에 있는 말 '깜짝거리지'의 원말 '깜짝거리다'가 '쉬다' '놀다' 따위와 마찬가지로 동사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밥을 먹은(먹는)'에서 볼 수 있듯 동사 어간에 '-은'이 붙으면 과거, '-는'이 붙으면 현재를 나타낸다.

'깜짝거리지' 다음에 온 보조동사 '않다'를 활용한 '않은'역시 이런 원칙이 적용된다.

사관생도의 현 모습이 흐트러짐 없다는 뜻이라면 '않는', 과거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면 '않은'을 쓰면 된다.

②의 경우는 좀더 쉽다. '아프지'의 본말 '아프다'가 형용사이며, 그 뒤의 '않다'는 보조형용사로 쓰였다. '(높지.향기롭지.맑지.깊지)+않은'의 형태에서처럼 형용사 뒤에는 '않은'을 써야 한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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