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메구미 부친 만나는 김영남씨 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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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이나 우리나 서로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 왔잖아. 그래서 만남의 설렘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아파."

지난달 일본 정부가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이라고 밝힌 김영남(45)씨의 어머니 최계월(82.전주시 호성동.사진)씨는 대한해협을 건너오는 일본인 사돈과의 만남에 대해 "당사자인 아들.딸이 빠진 채 부모들끼리 상견례를 하다니…"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1978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김영남씨는 일본에서 끌려 온 메구미와 86년에 결혼해 딸 김혜경을 낳았다. 최씨는 16일 서울에서 열리는 '납북자 송환 및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에서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게루(73)와 상봉할 예정이다. 28년 만에 사돈으로 첫 대면을 하는 것이다. 메구미 어머니는 오지 않는다.

어머니 최씨를 모시고 사는 영남씨의 누나 영자(48)씨는 "비슷한 입장이라 일본 사돈 쪽과는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할 것 같다"며 "만나면 그동안의 슬픔과 상처를 달랠 수 있도록 위로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영자씨는 지난달 아들의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어머니 최씨의 몸과 마음이 더욱 쇠약해졌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영 밥맛이 없고 어딘지 모르게 아프다. 막내(영남) 생각에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밤이 많다"며 "(아들에 대해) 무슨 소식 없느냐"고 묻는 횟수가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영자씨는 어머니가 충격을 받고 쓰러질까봐 동생 영남씨의 북한 가택연금 소식도 알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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