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독설 … 이란 대통령, 내달 상하이 방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사진) 이란 대통령이 다음달 상하이협력기구(SCO) 연례회의 참석차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한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지가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상하이(上海)에서의 회의 기간 중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과 만나 이란 핵 문제를 포함한 공통 관심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회담에서 이란 핵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미국과 영국 등이 주도하는 제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SCO는 중앙아시아 정부 간 협력과 대(對)테러 공조를 위해 2001년 6월 중국 주도로 결성됐다. 현재 중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정회원국이며 이란과 인도.파키스탄.몽골은 준회원국이다.

중국과 홍콩의 일부 외교관과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그의 이번 방문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가 미국 등 서방국가에 대한 강도 높은 돌출발언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이슬람 개도국 8개국 정상회담(D8)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3일에도 "핵 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누구와도 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이나 우리 머리에 폭탄 실린 비행기를 띄우고 있는 나라와는 할 수 없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했다. 전날 그는 "미국이 우리를 공격하면 이란 과학자들의 핵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주에는 "나치스의 유대인 대학살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스라엘은 언젠가 멸망할 것"이라는 극단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서방 외교관은 "아마디네자드는 어디서든 독설을 내뿜기 때문에 그의 방문이 중국엔 골칫거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베이징 당국자는 그의 이 같은 강경 입장이 SCO를 통해 테러리즘과 종교적 극단주의에 대항하려는 중국의 의도와는 다르며,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 현대국제문제연구소의 가오쭈구이(高祖貴) 부주임은 "아마디네자드가 이번 회의 기간에 대미 강경 발언을 할 경우 중.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