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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지름 22cm 공이 튄다, '수십조 돈벌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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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D-25. 온 지구촌은 벌써 월드컵 열기에 휩싸였다. 경제도 부푼 가슴을 안고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전자.유통.통신.광고.항공업계 등은 월드컵 마케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사인회(사진(上))를 열었다. 같은 날 LG전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홍명보 코치 사인회(사진(下))를 열었다. 이날 행사가 열린 두 곳에는 각각 수천 명의 축구팬이 몰렸다. 시작하기 5시간 전부터 줄을 선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축구 전사들 못지않게 기업들도 한바탕 전쟁을 치를 태세다. 도대체 월드컵이 뭐기에 경제가 이토록 달아오르는 것일까.

◆ 올림픽은 저리 가라=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는 월드컵의 흡인력 때문이다. 단일 종목인 월드컵은 뷔페식인 올림픽에 비해 몰입도가 훨씬 높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시청자 수는 연 200억 명 정도인데 비해 독일 월드컵은 400억 명 정도로 예상된다. 게다가 월드컵은 올림픽과 달리 경기장에 회사 광고판을 세울 수 있다. 전 세계 시청자는 자연스레 스폰서 기업의 브랜드를 머릿속에 새기게 된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4000만~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거액의 후원금을 내고 공식 후원업체가 되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경제 코드'가 된 축구=한국에서 축구가 '경제 코드'로 등장한 계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과 공동개최권을 따낸 한국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와 '4강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월드컵 효과를 단단히 봤다. 재정경제부가 발간한 2002년 경제백서에 따르면 한.일 월드컵으로 한국이 거둔 경제효과는 26조4600억원으로 분석됐다. 투자.소비지출 증가로 인한 부가가치 유발, 국가브랜드 홍보, 기업이미지 제고, 수출증가 효과 등을 합한 수치다. 경기장 건설 등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 43만 명은 별도다. 상암 주경기장은 할인점.극장.스포츠센터 등이 들어선 '월드컵몰'에서 한 해 120억원의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때 건립이 백지화될 뻔했다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한 축구계의 강한 요구로 완공된 상암경기장이 이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한 것이다. 정몽준 회장은 "지름 22㎝의 둥근 공 하나가 한국 경제에 이처럼 막대한 효과를 가져다줄 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2002년 당시 한 달간 누렸던 국민의 환호와 훌훌 날려버린 스트레스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또 한번의 기회가 될 독일 월드컵=이번 독일 월드컵의 경제효과도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독일 월드컵이 한국 경제에 가져다줄 효과를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쓰가 '일본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일본 내 경제상승 효과가 4759억 엔, 4강에 진출하면 5461억 엔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은 참고할 만하다. 재계 관계자는 "2002년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의 기량과 팬들의 수준을 이미 전 세계에 알렸다"면서 "독일 월드컵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하느냐는 것이 아니라, 멋진 경기를 통해 어떻게 400억 명에게 한국의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를 심어주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축구를 통해 한국 상품의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제 축구계에 미치는 한국의 영향력이 더 커져야 한다"면서 "정부와 재계는 정몽준 국제축구협회 부회장 등 국제축구계 유력 인사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올릴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축구의 경제학'에서는 한국은 이미 승리를 거두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현상.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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