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재단 예산 달랑 8억…경협은 14% 늘려 1조10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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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인권재단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4ㆍ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경협 예산(남북협력기금)은 14.3% 늘리기로 했다. 통일부는 28일 일반회계 예산 2275억원과 남북협력기금 1조 1004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일반회계 예산은 올해보다 91억원(4.0%) 감액했다. 협력기금은 1380억원(14.3%) 증액된 규모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금의 경우 과거 일방적으로 지원하던 형태를 벗어나 상호 협력(경협)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2019년 통일부 예산안(일반회계)

2019년 통일부 예산안(일반회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순수 사업비는 일반예산에서 인건비 등을 제외한 1592억원이다. 이중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은 올해 167억9900만원에서 115억 2400만원이 줄어든 52억 7500만원이다. 또 정부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2016년 발효된 북한 인권법에 따라 설치하려던 북한 인권재단 관련 예산이 올해 108억에서 100억원이 삭감돼 8억원으로 줄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재단 출범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 예산의 효율적인 편성을 위해 최소한의 예산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인권재단은 국회에서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여야의 이견으로 구성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정부는 여야의 의견접근으로 이사진이 구성될 경우 예비비를 통해 재단을 운영하는 예산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재단 출범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예산까지 삭감되면서 인권재단 출범이 사실상 무기 연기된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북한 이탈 주민의 국내 입국 숫자가 줄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예산 역시 올해보다 62억 1500만원(5.5%) 줄어들었다.

2019년 통일부 예산안(남북협력기금)

2019년 통일부 예산안(남북협력기금)

남북협력기금에선 인도적 문제와 관련한 예산이 289억 3700만원(4.9%)이 줄었다. 정부는 이산가족교류와 구호, 민생협력을 '인도적 문제 해결' 계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단 이중 이산가족교류에 관해선 내년에 6차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해 336억 4300만원을 배정했다. 올해 119억 8500만원보다 180.7%가 늘어난 액수다. 산림 협력 등을 위한 민생협력 지원 분야도 95.4%(2203억 500만원)가 늘어나 4512억 9600만원이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매년 30만t을 지원할 예정으로 기금 예산을 편성했다”며 “내년에는 비료 지원 규모를 10만t으로 축소하면서 비료 20만t에 해당하는 1321억원의 예산이 줄어 인도적 문제 해결 분야의 전체 예산이 삭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신뢰회복과 교류협력을 골자로 하는 4ㆍ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사업 예산은 골고루 늘었다. 북한 지역의 철도ㆍ도로 현대화 등에 사용하는 경협 예산(남북협력기금)이 대표적이다. 3446억원이었던 예산은 1600억원가량 늘어난 5044억원이 됐다. 특히 북한지역에 투입하는 설비 등을 구매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올해 20억원에서 1196억5500만원으로 498.3%가 늘어나 내년 통일부 예산안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밖에 남북회담과 통일정책, 남북사회문화 교류 예산 역시 늘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사업예산을 확보하고, 기금은 철도ㆍ도로 연결 등을 통해 통일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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