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 웃는 것도 이웃 배려하는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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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안거란 꼭 스님만 하는 게 아닙니다. 뜻을 가진 누구나 생활을 바꾸는 계기로 삼으면 됩니다. 거창한 것도 좋습니다만 지극히 일상적인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아무도 미워하지 않아야겠다, 담배를 끊어야겠다, 하루 한 가지라도 남 위하는 일을 해야겠다 등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2일은 불교계의 하안거 결제일. 안거란 겨울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다음 해 정월 보름까지), 여름 3개월(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승려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 수행에 몰두하는 제도다.

이날 서울 성북2동 길상사에서 열린 결제 법회에서 법정스님(사진)은 일반 시민에게도 안거 기간 중 정진을 당부했다. 스님은 "안거 첫날은 마음에 결단을 내리는 날"이라며 "이 결단을 기쁜 마음으로 실천하면 사는 일 자체가 즐거워진다"고 강조했다. 또 "가끔 거리에서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웃고 가는 걸 보면 그 웃음이 우리에게 전달되고, 우거지상을 한 사람을 보면 보는 사람 마음도 구겨진다"며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닦을 것을 당부했다. 이어 "기도란 바로 참회며 발원인데 그런 간절한 기도도 일상생활 속에서 이어져야 뜻이 이뤄질 것"이라며 "정성스레 기도하면 이름과 실상(實相)이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은 10일 수행납자들에게 말후일구(末後一句.지극한 경지에서 한 말로 이 말을 능가할 말이 다시는 없다)란 과연 무엇인가를 묻고 게(偈)를 지어 격려했다.

'달 속의 계수나무 베어내니 (斫却月中桂) / 밝은 빛이 더욱 많아지도다 (淸光轉更多) / 여우와 살쾡이는 자취를 감추고 (狐狸俱屛迹)/사자는 황금털을 뽐내는구나 (獅子奮金毛)'.

이헌익 문화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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