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민 포용 필요하지만 옥석은 가려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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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호 34면

올해 들어 제주도에 상륙한 561명의 예멘인은 한국 사회에 난민 문제를 숙제로 던졌다. 온정주의적 수용론과 막연한 ‘이슬람공포증’이 맞서는 상황이다. 엄격한 난민 심사로 균형점을 찾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내전 와중에서 사실상 국가 기능이 없어진 예멘에서 난민 신청자의 행적이나 성향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SUNDAY가 예멘 난민들의 페이스북을 분석한 결과는 일부 국민의 우려가 근거 없는 공포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분석 결과, 제주도에 머무는 예멘 난민들의 페이스북 계정 절반 가까이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게시물이 발견됐다. 총기를 휴대하거나 마약의 일종인 카트를 복용하는 본인 사진, 이슬람 무장 세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게시물 등이다.

물론 이런 사진과 게시물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예멘은 합법적인 무기 소지 가능 국가인 데다,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장식물로 총기를 휴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환각 성분을 지닌 카트는 국제적으로는 금지돼있지만, 예멘에서는 합법적인 기호품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난민 심사 과정에서 이런 게시물이 올라온 사유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법무부가 난민 신청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내용을 심사에 참고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심사 대기자들의 계정 폐쇄나 게시물 삭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 마련해둬야 할 것이다.

한국은 난민보호국 지위에 있으면서도 실제로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노출된 적은 없다. 갑자기 등장한 이슬람 난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적 혐오나 폐쇄적 태도는 안될 말이다. 세계 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적과 종교, 인종을 떠나 보편적 인권을 존중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난민 관련 부서의 인력을 확충하고, 과학적 심사 기법을 개발하는 등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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