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풀어도 자꾸 '수도산' 가다 사고난 반달곰의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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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살던 반달가슴곰 KM-53. [거창군 제공]

지리산에 살던 반달가슴곰 KM-53. [거창군 제공]

지난 5월 5일,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생초나들목 인근에서 한 반달가슴곰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곰은 지리산에 방사됐지만 90km정도 떨어진 수도산으로 이동하다 시속 100㎞로 달려오던 고속버스에 부딪혔다.

환경부는 반달가슴곰 KM53가 사고로 골절된 왼쪽 앞다리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수술받고 회복했다며, 오는 27일 김천시와 거창군에 걸쳐 있는 수도산 일대에 방사한다고 24일 밝혔다.

수술 중인 반달곰 'KM53' [종복원기술원 제공]

수술 중인 반달곰 'KM53' [종복원기술원 제공]

환경부는 KM53이 양호한 예후를 보여 보행과 나무타기 등 운동성 평가, 방사선과 혈액검사 등을 한 결과 야생활동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했다. KM53의 야생성이 사라지기 전에 빠른 시기에 방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였다.

반달가슴곰 KM53의 앞다리 방사선 사진. 사고로 골절된 뼈가 수술과 재활 치료 끝에 회복됐다. [환경부 제공]

반달가슴곰 KM53의 앞다리 방사선 사진. 사고로 골절된 뼈가 수술과 재활 치료 끝에 회복됐다. [환경부 제공]

재활 치료 중인 KM53의 모습. [환경부 제공]

재활 치료 중인 KM53의 모습. [환경부 제공]

KM53은 2015년 1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태어났다.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지만 세차례나 김천의 수도산으로 이동해 서식했다. 지난해 6월 환경부는 수도산에서 KM53을 발견, 포획해 다시 지리산에 방사했다. 하지만 KM53은 한 달 만에 또다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지리산에 풀어놔도 자꾸만 수도산으로 가는 KM53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식지 이동 원인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수도산에 그대로 살게 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냈지만 환경부는 다시 지리산에 방사했다. 반달가슴곰 종복원사업 관리방식에 따른 개체수 보존 문제도 있었고 지리산이 아닌 곳에 방사하면 주민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식지인 지리산에서 90㎞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두 번이나 도망친 KM53의 포획 장면.[종복원기술원 제공]

서식지인 지리산에서 90㎞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두 번이나 도망친 KM53의 포획 장면.[종복원기술원 제공]

하지만 KM53은 또다시 수도산으로 이동하다가 지난 어린이날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100km로 달리던 고속버스에 부딪혔다.

자칫 생명을 잃을 뻔한 큰 사고였지만 KM5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환경부가 고심 끝에 수도산에 재방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건도 따라줬다. 올초 지리산 반달곰 8마리가 태어나면서 최소존속개체군 50마리를 넘겼다. 환경부는 주민안전을 위해 김천시와 거창군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KM53을 모니터링하는 전담관리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리산이 아닌 수도산에서 살고 싶었던 반달곰의 꿈은 오는 9월에 이뤄진다.

수도산으로 가려던 반달가슴곰 KM53의 발자국. [환경부]

수도산으로 가려던 반달가슴곰 KM53의 발자국. [환경부]

반달가슴곰 KM53의 이동 경로. [환경부]

반달가슴곰 KM53의 이동 경로. [환경부]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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