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심의 방송위서 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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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내년초 한국방송광고공사서 업무 이판
방송광고 심의업무가 한국방송광고공사로부터 방송위원회로 내년초 이관될 것으로 알려져 관련업계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연내 이관작업 완료를 목표로 이미 심의규정마련·심의의원선정·기자재도입 등 실무작업에 착수했으며 곧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방송위원회가 이관작업을 서두르는 것은 광고심의를 방송위원회가 하도록 되어있는 방송법규정 때문.
지난해말 개정된 새 방송법의 17조는「한국방송광고공사법 제15조의 규정에 의해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방송국에 위탁하여 방송하고자 하는 광고물의 방영여부에 관한 사항은 방송국에서 방송되기 전에 방송위원회가 심의·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이 방송위원회가 법에 의해 보장된 권한을 뒤늦게 행사하려고 나선 것은 자체 위상정립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다시 말해 최근 KBS소유의 MBC주식 처분문제와 관련해 KBS사장에게 사전협의 요청서한을 보낸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위원회는 또 법적 권한 문제를 떠나서라도 광고영업을 하는 방송광고공사에 계속 심의업무를 담당하도록 할 경우 부작용의 소지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방송광고공사는 적어도 겉으로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광고심의가 방송위원회에 이관된다 하더라도 어차피 자체심의는 불가피하며, 따라서 광고 대행사들은 두 기관을 상대로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2중 부담을 안게 된다며 달갑지 않아 하고 있다.
또 현행의 심의가 각계인사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방송광고심의위원회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공사는 그 결과를 집행만 할뿐이므로 심의를 무기로 한 영향력 행사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관계자들은 현행 심의제도는 광고대행사를 상대로 한 현실적인 압력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심의의 주무기관이 어디가 되느냐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광고물의 심의제도자체를 폐지하고 이를 민간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심의가 광고현실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이론적인 기준으로 이루어져 광고물의 질적 발전을 제약하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현행법상 방송위원회로 이관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방송위원회가 업무를 맡게될 경우 심의 기준이 보다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우룡교수 (외대·신문방송학)는 사실상 준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위원회의 심의는 사전 검열적 성격을 갖게되므로 심의제도의 개악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졸속개정으로 인해 비민주적인 독소조항이 많은 현행 방송법의개정이 불가피하므로 이 법에 따른 업무이관도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김교수는 광고업계·학계·소비자단체 등에서 추천한 전문가집단에 의한 별도의 기구가 자율적으로 심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뭏든 광고심의를 둘러싼 유관단체의 상반된 견해는 곧 있게될 방송위원회의 공청회를 통해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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