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인들의 고뇌·갈등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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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과 청년문사 김우진의 현해탄 투신 정사사건을 극중극 형식으로 꾸며 현대 예술인들의 고뇌를 표출해낸 연극 『사의 찬미』가 극단 실험극장에 의해 12월8∼14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윤대성작·윤호진연출의 이 작품은 문예진흥원의 공연예술 창작활성화 지원금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근래 들어 방향을 잃고 표류해오던 극단 실험극장이 거듭된 부진을 씻고 재기를 다짐하는 것이기도 해서 더욱 관심을 끈다.
막이 오르면 극도의 재정난에 빠져 있는 극단 사무실이 나타난다.
극장이 헐리고 그 자리에 빌딩이 들어서게 될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서 대표이자 연출자는 『사의 찬미』공연에 극단의 생사를 걸고 후원자를 찾는데 동분서주, 드디어 공연을 강행하게 된다.
극중극 『사의 독미』는 김우진·윤심덕·홍난파·조명희 등이 연극 『김영일 의사』를 공연하다 「자유가 없다」는 대사가 문제가 돼 일제경관에 의해 공연장 폐쇄를 당하면서 고뇌와 갈등이 그려진다.
밥벌이를 위해 싸구려 대중음악을 들려줘야만 하는 윤심덕과 전통적 인습의 굴레에서 괴로와하던 김우진은 현해탄에 뛰어듦으로써 그들의 사랑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윤심덕역을 맡은 미스윤(이혜영 분)은 김우진역을 맡은 유부남인 김배우(이정길 분)를 사랑하는데 그들의 애정행각은 불륜의 관계로 발전, 신문지상에 공개된다. 연극 『사의 찬미』는 성공리에 막을 내리지만 두 배우는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연극은 끝난다.
극단사무실·공연무대·분장실이라는 세 장소가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으면서 예술의 제 문제-예컨대 재정의 어려움, 후원자의 탈 도덕성, 정부기관과의 압력,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과 순수이상의 결핍, 순수예술의 상품화등-를 들추어낸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출가 윤호진씨는 『현실의 부조리를 과거와 현재의 비판적 시각을 통해 극중으로 끌어냄으로써 연극과 삶의 진실성과 허구성을 고발하는데 연출의도를 두었다』고 말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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