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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제복' 자부심 500만 소녀가 입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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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이 11일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은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창립 60주년 기념식과 전시회.축하공연 등을 했다. 행사에는 김정숙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총재와 엘스페스 헨더슨 걸스카우트세계연맹 의장, 국내외 연맹 회원 700여 명이 참석했다. 12일에는 '소녀와 교육' 등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도 열 계획이다.

창립 이후 이 단체를 거쳐간 소녀는 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회원만 20만 명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둘째로 큰 걸스카우트 회원국이다. 초창기 문맹퇴치 교육에 힘쓰던 대원들은 이제 아프리카나 캄보디아 난민을 돕는 등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키우고 있다.

◆ 소녀의 바른 성장이 애국=해방 이듬해인 1946년 미국 유학생 출신인 여의사 한소제씨와 사회사업가 이계숙씨가 "소녀들을 잘 가르쳐 조국에 이바지하자"며 만들었다. 50년대엔 피란민과 전쟁 부상자 구호활동을 벌였다. 60년대엔 어린이 이름표 달아주기 운동 등 '소박한' 운동을 전개했다.

걸스카우트를 상징하는 녹색 치마와 흰 블라우스, 그리고 산뜻한 녹색 스카프는 70~90년대 소녀들의 '자부심'이었다. 71~73년 풍문여고에서 활동했던 홍유진(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씨는 "제복을 입고 나서면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언제나 당당하고 모범적으로 행동했다"며 "걸스카우트 경험이 여성 리더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 여성 리더 배출=90년대 이후 걸스카우트는 여성 리더를 배출하는 산실이자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소녀단체로 자리매김했다. 배출해 낸 쟁쟁한 여성도 많다. 초창기 인물로는 여성교육의 대모로 손꼽히는 고(故) 고황경 전 서울여대 학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어머니로 유명한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 김옥라 각당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정치인으로는 14~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정숙 총재, 이연숙 전 의원, 안명옥.이승희 의원이 있다. 강경화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도 걸스카우트에서 국제 감각을 익혔다.

유명 방송인이나 예술인도 많다. 정은아.황수경.임성민.정지영씨 등이 아나운서 또는 MC로 맹활약 중이다.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정명화씨도 걸스카우트를 거쳐갔다. 연예인으로는 가수 양희은, 영화배우 문소리, 탤런트 송혜교, 수퍼모델 홍진경씨 등도 걸스카우트 활동을 했다. 세계를 무대로 긴급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비야씨, 변호사 정현수씨, 박금옥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이연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 등도 걸스카우트가 여성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워줬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 하버드대 등 미국 10개 명문대를 동시에 합격한 박원희양,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양 등도 눈에 띄는 걸스카우트 출신이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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