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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사랑의 편지 - 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 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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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사랑의 편지 - 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 7'- 유하(1963~ )

어둔 밤, 페달을 돌려

자전거 전등을 밝히고

사랑의 편지를 읽는 사람아

그 간절함의 향기가 온 땅에 가득하기를

사랑은 늘 고통을 페달 돌려

자기를 불 밝힌다

자전거의 길을 따라 어떤 이는 와서

그 빛으로 인생을 읽고 가기도 하고

구원을 읽고 가기도 한다

그대, 부디 자전거가 가는 길로

사랑의 편지를 부쳐다오

세상의 유전이 다하고 암흑이 온다 해도

빛을 구할 데는 마음밖에 없나니

나는 나를 불 밝혀 그대 편지를 읽으리라



라일락 꽃그늘 아래서 편지를 쓴 적이 있다. 그때는 그랬다. 여기, 고통의 페달을 돌리며 사랑을 읽는 순결한 청년이 있다. 그런데 몸을 발전소로 하는 자전거 전등이 슬쩍 문명의 다음을 비춘다. 이반 일리치였던가, 인류를 구원할 세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도서관과 시, 그리고 자전거라고 말했던 선각이.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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