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류시화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개정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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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인.번역가.수필가. 게다가 '베스트셀러 제조기'라는 수식어까지. 마음.평화.따뜻함.사랑 등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단어를 중심에 놓고 독자들을 붙들었던 류시화(45)씨가 이번에는 인디언 책을 들고 돌아왔다.

류시화씨는 "나의 꿈이 삶 전체의 질서와 어우러질 때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욕망의 길이 아닌 마음과 혼이 담긴 길을 걸어야 한다는 인디언들 특유의 깨달음의 세계가 이 책을 내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나온 책이 인디언 추장과 용사들이 자기 부족 동료들에게 했던 연설문을 모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김영사)이다. 1993년 정신세계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책은 나왔지만, 분량이 열배 가까이 늘었고 류시화씨가 15년에 걸쳐 매년 미국을 방문하며 의회 도서관 등에서 찾아낸 인디언의 연설문들이 번역된 것이다.

그는 "그때는 인디언 자료를 모으던 초기 단계라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 이번 책은 제목만 같았지 완전히 새로운 책"이라고 밝혔다. 자연과 교감하고 우주와 조화된 삶을 추구했던 북미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시각에서 문명세계에 관해 쓴 글들이라 현대의 우리에게도 울림을 주는 글들로 가득 차있다는 것이다.

"라코타족의 말중에 '미타큐예 오야신'이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나바호족은 '호조니'라고 인사한다. 당신이 아름다움 속에서 걷게 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지와 하나됨을 강조하는 생태환경주의자로서 인디언들의 사상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인도 철학.명상 등 정신적 위안을 주는 '마음'책을 소개해 계속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그는 1년의 절반을 인도.티벳 등지로 돌아다닌다. 때로는 뉴욕 같은 데를 헤매고 다닌다.

문화의 첨단 흐름을 간파하기 위해서다. 번역서를 직접 고르고 완전 원고를 넘기는 '프로정신', 틈만 나면 명상과 구도에 잠기고 사진기를 들이미는 삶 등은 베스트셀러 시인.번역가인 류시화씨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런데 그의 책들은 '류시화' 색깔이 너무 짙다는 공격을 받을 때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나의 사상과 동질감이 느껴지는 책만 직접 골라 번역하다 보니 그런 평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그동안 번 인세를 모아 종교와 사상을 뛰어넘어 누구든 와서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공동체 성격의 명상센터를 세우고 싶다고 한다. 류시화씨의 글에서 위안을 얻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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