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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유발 효과 큰 해양 엑스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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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2 월드컵은 붉은 악마와 길거리 응원뿐 아니라 정보기술(IT) 한국의 선진성을 전 세계에 감동적으로 각인시켜 IT 강국의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추락한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를 반전시키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크게 강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월드컵에 이어 우리 정부는 국제엑스포사무국(BIE)에 엑스포의 한국 유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2010년 해양엑스포(BIE 등록 엑스포)는 강적 상하이(上海)의 벽을 넘지 못해 안타깝게도 실패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차선책으로 2012년 해양엑스포(BIE 인정 엑스포)를 유치하기로 2004년 결정했다.

2012년 해양엑스포를 앞두고 BIE가 실사를 거쳐 최종 개최지를 결정하는 시기는 내년 말이다. 그런데 BIE에 최종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는 기한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엑스포 유치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총체적 지원이 부족한 것 같다.

88 올림픽은 개최기간이 16일, 2002 월드컵은 30일이었고 해양엑스포는 3개월 동안 열린다. 16일간 올림픽 관람객이 209만 명이었고, 30일간 월드컵 관람객은 180만 명이었다. 정부 조사에 의하면 90일간의 엑스포 관람객은 1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생산 유발 효과도 올림픽과 월드컵의 배가 넘는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가. 엑스포 유치를 위한 국가적 유치 분위기와 개최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아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썰렁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양수산부와 여수, 전남에서만 엑스포 유치를 위한 불길이 간간이 불발탄 오르듯 비실비실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제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 엑스포의 의미와 필요성을 강력하게 홍보해 국가적 현안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어디 강원도의 겨울올림픽 유치 노력이 강원도만의 일이겠는가. 이 같은 국제 대형 이벤트의 개최를 통해 낙후 지역이 발전하게 되면 이것이야말로 지역 균형발전을 통해 나라 전체가 건강하게 되는 일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최고 통치자의 확고한 여수 엑스포 유치 의지와 관심 표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송진희 호남대 교수·산업디자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