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vs 토고 '시뮬레이션 게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딕 아드보카트 감독

2006 독일월드컵 첫 상대인 토고는 한국의 디딤돌이자 동시에 함정이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개막을 한 달 앞두고 본지는 게임 업체 '세가 코리아'(SEGA KOREA)와 공동으로 한국-토고전을 시뮬레이션 게임인 '풋볼 매니저 2006'으로 세 차례 실행해 봤다. 결과는 1승(4-3)1무(1-1)1패(1-3)였다. 매게임 수비 불안이 한국의 약점으로 드러났고, 박지성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미드필더진의 활약은 돋보였다. 한국은 기본 전술인 포백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김남일.이을용)를 배치한 4-3-3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토고는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와 압델 카데르를 투톱으로 한 4-4-2 포메이션이었다. 4-3으로 이긴 경기의 주요 장면을 재구성했다.

(1) 한국 0-1 토고 (전반 2분)

투레 마망이 아데바요르에게 스루패스를 하는 순간 한국 수비 세 명이 아데바요르에게 몰렸다. 오른쪽 골라인 근처에 있던 아데바요르가 반대편으로 패스, 카데르가 여유 있게 선취골로 연결했다.

(2) 한국 0-2 토고 (전반 10분)

아데바요르가 골문 쪽으로 침투하자 수비수가 그를 따라 뒤로 물러섰고, 페널티 아크 쪽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지마 오야월레가 마음 놓고 중거리슛을 날렸다.

(3) 한국 0-3 토고 (전반 16분)

두 번째 실점 상황과 비슷했다. 아데바요르의 스루패스를 카데르가 가볍게 골로 연결했다.

(4) 한국 1-3 토고 (전반 25분)

박지성의 공간 돌파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을용의 패스를 받은 박지성이 페널티 지역으로 치고 들어오다 안정환에게 스루패스, 안정환의 슛이 골네트를 갈랐다.

(5) 한국 2-3 토고 (전반 26분)

불과 1분 뒤 왼쪽 측면을 돌파한 박지성이 반대편 골대 앞으로 뛰어들어 오던 이천수에게 길게 패스했고, 이천수의 헤딩 추가골이 터졌다.

(6) 한국 3-3 토고 (후반 41분)

왼쪽 미드필드에서 이을용과 설기현(후반 기용)이 순간적인 압박으로 볼을 뺏어냈다. 전진하던 토고의 수비가 균형을 잃은 틈을 놓치지 않고 이을용이 박주영(후반 기용)에게 패스, 동점골을 뽑아냈다.

(7) 한국 4-3 토고 (후반 46분)

중앙에 있던 박지성의 순간적인 스루패스를 박주영이 반 박자 빠르게 슈팅, 역전골을 터뜨렸다.

◆ 역시 숙제는 수비 불안 해소

한국은 경기 초반 토고의 빠른 윙플레이에 말려 쉽게 골을 허용했다. 마망의 볼 배급과 카데르의 빠른 돌파에 한국 수비진은 당황했다. 특히 토고의 양 윙이 측면으로 빠져 들어갔을 때 중앙 수비 두 명이 볼 쪽으로 몰리면서 중앙의 수비 밸런스가 무너지는 상황이 많았다. 3실점 모두 아데바요르를 집중 마크하는 과정에서 제2, 제3의 선수에게 당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중앙 수비수 간의 호흡을 맞추는 훈련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1무1패를 기록한 나머지 두 번의 시뮬레이션에서도 수비에서 비슷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 박지성은 중앙 공격형 MF가 적격

한국은 후반에 박지성을 오른쪽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옮기고 박주영을 원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다. 두 선수의 콤비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무섭게 토고를 몰아붙였다. 이을용이 적극적인 공격 가담도 분위기를 한국쪽으로 돌려놓는 데 큰 힘이 됐다.

강인식 기자

게이머가 감독 … 25만여 선수 데이터 활용

◆풋볼 매니저 2006은=세가 코리아가 제작한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풋볼 매니저'의 2006년 버전이다. 게이머는 감독이 돼 선수 교체와 작전을 지시할 뿐 아니라 선수의 트레이드, 훈련 등 팀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통제한다.

전 세계 축구선수 25만 명의 데이터가 수록돼 있고 전 세계 500여 명의 조사원(researcher)이 평가한 개인별 능력이 설정돼 있다. 능력은 결정력.주력.위치선정.볼터치 등 60여 가지로 세분화돼 있으며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한국팀 게이머=김경제(25.풋볼 매니저 제작진.부산 아이파크 담당 조사원 겸 테스터)

"토고 투톱의 움직임에 대항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됐다. 후반전에 총공세를 위해 이천수.안정환.김두현을 빼고 차두리.설기현.박주영을 투입한 게 적중했다. 박지성을 중앙으로 옮긴 것도 큰 효과를 봤다."

▶토고팀 게이머=윤현식(27.풋볼 매니저 제작진.한국판 게임을 만드는 '로컬라이징' 담당)

"수비 위주로 하되 투톱인 아데바요르와 카데르에게 길게 찔러 주는 역습을 기본으로 했다. 후반 20분, 한 점 리드를 지키기 위해 카데르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넣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국은 경기 막판 체력과 정신력에서 토고를 압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