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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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나라당이 자기당 박주천.임진출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을 거부하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두 의원에 대한 혐의의 진위와는 별개로 두 의원은 법앞에 평등이라는 원칙하에 즉각 소환에 응해야 한다.

두 의원은 바깥에서 떳떳하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검찰에 가서 떳떳한 전후사정을 밝혀 혐의를 벗는 것이 당당하고 정당하다. 국회의원의 회기 내 불체포특권의 방패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

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권위주의시절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의원의 소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비리 혐의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누가 봐도 정치적 탄압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원내 과반의석을 가진 공당이 구시대의 타성에 매몰돼 비리 혐의 의원의 방패막이 역할만 하고, 검찰수사에 사사건건 정치적으로 대응한다면 국민의 지탄만 받을 뿐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검찰을 동원, 사건을 조작해 야당인사를 억울하게 옭아맨 것은 사실이다. 최근 집권당의 대표마저 검찰의 소환을 여러 차례 거부하며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니 야당이 검찰수사를 의심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검찰이 소환에 앞서 혐의 내용을 당사자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야당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잘못이다. 검찰은 야당 측에 바로 설명, 불필요한 오해를 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아 검찰이 독립성 확보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朴의원은 스스로 현대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대가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검찰조사부터 받는 것이 정도다.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만약 야당의 주장대로 검찰수사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뤄진다는 확증이 있다면 그때 가서 그것을 따지면 된다.

무작정 불체포특권의 방패 뒤에 숨어 검찰만 비난한다고 믿어줄 국민은 없다. 국회가 비리 혐의 의원의 피난처 역할을 해선 안 되며, 야당이 이를 다시 방조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