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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콩고에 교육방송 세워 국민 계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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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랑스 말로 녹음된 한국 다큐멘터리가 있으면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에 한국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겁니다."

1992년부터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인 콩고의 수도 킨샤사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김경식(45)목사. 그는 최근 서울 목민교회 등의 지원으로 현지에 콩고교육방송(CEBS)이라는 TV방송국 을 세웠다. 1인당 국민 소득이 1백달러(세계은행 추산)에 불과한 콩고에는 10여개 방송사가 있지만 교육방송은 유일하다.

콩고교육방송은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하루 19시간 방송한다. 20%는 자체 제작한 설교 프로그램이고, 나머지는 다큐멘터리다.

그는 "프랑스어가 공용어라 다큐멘터리는 모두 프랑스 것을 내보낸다"며 "한국의 프로그램을 구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金목사는 "국민을 계몽하는 것이 아프리카 발전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에 교육방송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영락교회에 있던 92년 자원해 콩고에 왔다. 처음에는 걸인.장애인.부랑아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눠주며 선교활동을 했다.

"도움을 주니 자립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꾸 의지하려 하더군요. 안 되겠다 싶어 거리에서 예배를 보면서 설교 때 '부지런해라. 정직해라. 자립심을 길러라'고 타이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계몽과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킨샤사에 두 개의 학교(초.중.고 통합 12년 과정)와 장애아동 보호시설을 세웠다. 교회도 두 군데 세웠다. 교육방송 개국도 이런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10년 넘게 콩고에서 이 같은 활동을 벌여 온 그는 이곳에서 '파더(목사) 김'으로 알려져 있다. 콩고에서 유선전화.인터넷 사업을 하는 콩고코리아텔레콤 김종갑 사장은 "사업과 관련해 정부 관료들을 만나면 '파더 김을 안다'며 한국에 친근감을 표시해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다"고 말한다. 金목사는 9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선정한 '자랑스러운 해외동포 50인'에 뽑혔다.

"아내와 세 아들을 콩고에 놔두고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혼자 한국에 왔는데 내전이 일어나 수도 킨샤사에 반군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킨샤사에 있던 가족과는 연락도 끊기고…. 일주일이 지나 가족들이 프랑스 군용기편으로 빠져나와서야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죠."

초기에는 프랑스어 통역을 구해 설교했으나 이제는 직접 프랑스어로 설교하며 콩고 토속어인 닝갈라어도 익히고 있다.

킨샤사(콩고)=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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