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이어 한화생명도 즉시연금 분쟁조정 불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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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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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분조위 권고가 잇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이례적인 일이라 금감원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9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당국 등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법률 검토를 거쳐 이 같은 ‘불수용 의견서’를 이날 오후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화생명은 당초 10일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한화생명은 의견서에서 “다수의 외부 법률자문 결과 약관에 대한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불수용 사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이 판매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고객이 납입한 원금에서 사업비를 뗀 뒤 운용을 하며 이후 만기환급금 지급을 위해 책임준비금을 다시 한번 뗀다. 보험업계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는 운용방법이지만 약관에 이런 사실을 명시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삼성생명 고객인 강모씨가 “연 2.5%의 연금을 보장한다고 해놓고 실제 지급액이 이에 못 미친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금감원 분조위는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만큼 미지급액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은 특히 생보사들에 강씨 한 명이 아니라 20여개 생보사의 유사 사례 16만건에 대해 ‘일괄 구제’를 권고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일괄 구제는 시범시행중인 제도로 아직 법적 근거도 없다.

일괄 구제시 생보사들은 삼성생명 4300억원, 한화생명 850억원, 교보생명 700억원 등 모두 1조원 정도의 금액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권고를 거부했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이날 불수용 결정을 내리면서 교보생명을 비롯한 다른 생보사들도 뒤를 이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애초부터 무리한 권고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사안은 즉시연금 가입 고객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화생명은 “이번 권고 불수용 조치는 지난 6월 12일에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민원 1건에 국한된 것이며, 법원의 판결 등으로 지급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가입자에게 동등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의견서에 밝혔다. 앞서 삼성생명도 권고 거부 결정을 하면서 “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명시했다.

박진석·정용환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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