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가을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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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복거일(1946 ~ ) '가을 사람' (전문)

산수유꽃 핀 날
봄 사람을 찾아갔더니
산 그림자 한 잎 뜬 찻잔을 놓고
가을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세월에 씻긴 그 얼굴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 얼굴도 어느새
가을 잎새로 떠 있었습니다



봄 사람은 누구고 가을 사람은 누굴까. 혹시라도 나이 먹어가는 자신이 아닐까. 산 그림자가 뜬 차는 어떤 맛일까. 한잔 마시고 싶다. 세월에 씻긴 가을 잎새를 보러 나도 이 가을 고국의 산길을 돌아다녀야 할까보다. 어차피 봄철의 아름다운 꽃 보기는 틀린 나이니 산수유 빨간 열매라도 보고지고.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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