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환자 4000만 명 시대 편견의 벽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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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8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당시 몇몇 동성애 남성들에게서 희귀한 폐렴과 피부암 증세가 발견됐을 때만 해도 지구상에는 '에이즈'라는 병명 자체가 없었다. 그리고 25년이 흘렀다. 현재 전 세계 에이즈 감염자 환자는 4030만 명. 이 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2500만 명에 이른다. 웬만한 국가의 인구 전체가 에이즈로 사망한 셈이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는 '에이즈가 미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에이즈 25년'을 자세히 다뤘다. 잡지는 "80년대만 해도 에이즈는 공포와 편견의 대상이었다"며 "그러나 유명 인사들이 에이즈 감염 사실을 속속 공개하면서 에이즈가 이제는 미국 사회를 하나로 묶는 '통합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레이건 전 대통령은 81년 최초의 에이즈 환자가 등장하고 4년간 무려 1만2000명이 사망할 때까지 공식 석상에서 '에이즈'란 단어를 입에 담지 않았다. 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에이즈 회의(95년)를 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전 세계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150억 달러 기금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 공포와 편견=과거 에이즈 감염자들은 집에서 쫓겨나고 직장을 잃고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다. 에이즈가 수많은 미국인에게 다가간 사건은 영화 '자이언트'의 명배우 록 허드슨이 에이즈로 사망(85년)한 일이었다. 수척한 몸으로 UCLA 대학병원에 입원한 허드슨의 모습은 미국인들의 뇌리에 충격적인 장면으로 각인돼 있다. 6년 뒤에는 농구 스타 매직 존슨이 에이즈 감염 사실을 발표,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

◆ 편견에의 도전=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는 데 앞장섰다. 이를 위해 테일러는 공개 석상에서 친구 록 허드슨의 손을 잡아 에이즈에 대한 미국인들의 편견을 깼다. 85년에 TV 드라마에서 최초로 에이즈를 다뤘으며 93년 제작된 영화 '필라델피아'에선 처음으로 에이즈 감염자를 주인공으로 그렸다. 미국민들은 91년부터 '빨간 리본' 캠페인을 시작, 에이즈에 대한 미국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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