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값 들썩 … 전국 평균 땅값 15년 만에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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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 도쿄(東京)의 최대 중심지인 긴자(銀座). 이 곳에서도 최고의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미쓰코시(三越) 백화점 긴자 지점 4거리에서 최근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이 곳에 위치한 10층짜리 상업용 빌딩이 40억엔에 팔려 나간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담보로 잡혀 있던 이 빌딩은 도쿄지방법원에 의해 토지.건물을 합해 9억5000만엔의 매각기준가에 경매물건으로 나와 있었다.

경매에 부친 결과 기준가의 4배가 넘는 낙찰가로 이 빌딩이 팔려나간 것이다. 이 빌딩을 사들인 곳은 외국계 부동산 펀드였다. 이 펀드의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 부동산시장의 잠재성을 감안할 때 결코 비싸게 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 도심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최근에는 경매 물건들에 대한 '입질'로 그 기세가 확산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8일 일본에 '미니 부동산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실시된 부동산 경매에서 일부 매출이 법원의 매각가격 목표치를 5배나 웃돌며 낙찰되는 등 일부 과열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동산 경매의 매각률은 93.6%으로 전년보다 6.7%포인트 상승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매각률이 90%대에 진입한 것은 무려 15년만이다. 여기에다 낙찰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매입 희망자에게 매각하는 '특별매각'을 포함하면 실제 매각률은 100%에 가깝다고 한다. 1991~98년 땅값 급락으로 경매물건 매각률이 30~60% 수준에 그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증가세다.

매각률은 99년 경부터 상승세로 반전됐고 지난해 이후 도쿄와 오사카(大阪) 등 도심 상업지구의 땅값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크게 뛰고 있다. 요미우리는 지가상승이 법원의 경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열기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고 있으며 아직 전국적으로는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행이 지난 1월 1일 기준으로 전국 공시지가를 가중평균한 결과 전년 대비 1.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승폭은 크지 않지만 91년(6.8% 상승) 이후 15년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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