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약속의 8회' 부산고 대역전극 펼치며 16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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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 정현수

부산고 정현수

대통령배 최다 우승팀(6회) 부산고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가까스로 16강에 합류했다.

부산고는 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2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2회전(32강전)에서 부산공고에 5-4 역전승을 거뒀다. 부산고는 성남고-라온고전 승자와 오는 9일 오후 5시 30분 16강전을 치른다.

큰 이변이 일어날 뻔 했다. 부산고는 같은 지역팀인 부산공고를 상대로 좀처럼 지지 않았다. 올해도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쳐 모두 승리했다. 5월 5일 전반기 주말리그에선 12-5, 6월 16일 후반기 주말리그에선 7-3이었다.

하지만 부산고는 7회까지 부산공고 선발 김희준의 호투에 눌려 1-4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8회 말 1사 1루에서 한계 투구수(105개)에 가까워진 김희준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힘을 냈다.

부산고는 볼넷과 좌전안타로 만든 1사 만루에서 2번 타자 정현수가 부산공고 두 번째 투수 유재현을 상대로 우익수 키를 넘는 싹쓸이 3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이창훈의 내야 땅볼 때 정현수가 홈을 밟아 역전했다.

정현수는 "풀카운트라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다. 잘 맞아 홈런을 기대했는데 펜스에 맞고 떨어져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2학년인 정현수는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으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이날 정현수는 4타수 2안타·3타점·2득점을 기록했다.

부산고 3번째 투수 박진은 9회를 잘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6회 2사에서 등판한 박진은 3과 3분의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경기 후 김성현 부산고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처음 만난 부산공고 1학년 투수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동점타를 친 정현수가 최근 타격감이 좋아 해결해줄 거라 믿었다. 박진도 잘 던져줬다"고 말했다.

대통령배 6회 우승(1978·82·89·92·99·2000년)에 빛나는 부산고는 최근 성적이 저조하다. 하지만 올해 정이황-이상영-박진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이 탄탄해 상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성현 감독은 "10년 넘게 전국대회 우승을 하지 못했다. 오늘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다음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느꼈을 것이다. 우선 목표는 8강이지만 그 이상을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승리를 눈앞에 뒀던 부산공고는 2시간 40분을 이기고도 마지막 12분을 버티지 못하고 졌다. 선발 김희준을 뒷받침할 투수진이 아쉬웠다.

한편 이날도 섭씨 33도의 무더운 날씨 속에 경기가 진행됐다. 부산고 조건우는 경기 후 더그아웃에 쓰러져 탈진 증세를 호소했다. 신속하게 응급처지를 받아 몸에 큰 이상은 없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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