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더운 시간 아닌데···여름 전력피크 오후4~5시,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권혁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유례없는 무더위에 너도나도 에어컨을 틀어대는 올해 여름이다. 냉방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4~5시에 9070만㎾로 사상 최고점을 찍더니, 바로 다음 날 같은 시간에 9248만㎾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데 시간대가 이상하다. 대체 왜 하루 중 제일 더운 오후 2~3시가 아니라 그보다 두 시간쯤 늦게 전력수요가 최대치에 이르는 걸까.

태양광 발전이 빚은 착시 현상

범인(?)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이다. 가정 등에서 소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서 자급용으로 만들어 쓰는 전기다. 현재 약 300만㎾로 추정된다. 여름철 오후 2~3시처럼 해가 아직 중천에 떠 있을 때는 이 태양광 패널에서 전기가 많이 나온다. 가정에서 발전소 전기를 많이 가져다 쓸 필요가 없다. 때문에 ‘발전소 전기를 갖다 쓰는 양’인 전력수요는 실제보다 적게 나타난다. 그러다 한낮이 지나 태양의 고도가 기울면 자가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 발전소 전기를 더 많이 쓰게 된다. 그게 오후 4~5시 무렵에 수요 피크로 나타난다.

하지만 자급 전기 사용량까지 포함한 총 전력소비는 여전히 오후 2~3시께에 가장 많다. 결국 오후 4~5시에 전력수요가 최대치에 이르는 것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이 만들어 낸 일종의 착시인 셈이다. 이는 태양광이 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태양광 보급이 덜 됐던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전력수요는 오후 2~3시에 피크였다.

관련기사

자급용 소규모 태양광 발전에 의한 전력 사용량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최대 전력소비는 이미 9350만㎾에 이르렀다는 게 에경연의 추산이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으로 말미암아 100만㎾ 정도 실제 전력 소비가 가려졌다는 뜻이다.

태양광 발전이 늘수록 숨겨지는 전력 소비량도 덩달아 늘어난다. 에경연 노동석 원자력정책실장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이 가려버리는 소비까지 고려해 전력공급 계획을 짜야 한다. 그래야 날씨 때문에 태양광 발전이 차질을 빚더라도 전력수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