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소값 파동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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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값이 계속 올라 지금의 상승추세를 방치할 경우내년가을이후 또 한차례 가격 폭락에 의한 소값 파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입쇠고기의 방출, 가격 안정대 실시 등 제동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으나 치솟는 소값을 잡는데 아무 구실을 못하고 있다.
지난85년 소값 파동으로 곤두박질했던 산지 소값은 올해 들어 급상승을 기록, 10월말 현재 숫소(4백㎏기준)가격이 1백55만7천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소 값은 지난85년 소값 파동 이후 가 장높은 가격으로 작년말 수소가격 1백1만5천원에 비하면 불과 10개월 사이에 54만2천원, 53·4%가 오른 것이다.
산지소값이 올해 이처럼 오르고 있는 것은 소 사육두수가 85년말 이후 급격히 줄어들어 쇠고기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우사육두수는 피크이던 85년 말 2백??만3천 마리에서 지난9월 현재1백69만8천 마리로 줄어들었고 연말에는 5만 마리 정도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쇠고기 값 안정을 위해서는 쇠고기수입이 불가피했지만 축산농가의 반대가 워낙 거세지난9월에야 쇠고기수입이 재개되는 등 쇠고기도입이 지연돼 산지 소값의 상승을 막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한데다가 소비자들이 수입쇠고기를 외면, 가격안정제 구실을 못하고있다.
수입쇠고기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것은 예년초 쇠고기 수입 때 저급쇠고기를 들여온결과 국민들의 수입쇠고기에 대한 선입견이 안 좋은데다 수입육이 지방질이 「많아 이를 떼고나면 이익이 안 남는다는 이유로 정육업자들마저 수입육 취급을 기피하기 때문.
그위에 축산진흥기금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 당 4천5백∼5천원에 수입한 수입육의 방출가격을 한우경락가의 80%수준인 6천2백40원으로 책정해 놓고 그이상의 인하를 꺼리고 있는 것도 수입 육이 소값 상승에 제동역할을 못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쇠고기 값도 걱정이지만 정작 소값 파동에 대한 우려는 송아지 가격에 도사리고 있다. 견지소 값이 뛰자 농촌에서는 소를 기르면 그런 대로 재미를 보겠다싶어 송아지 인식을 늘려온 결과 송아지 값도 덩달아 상 승, 현재 수송아지(90㎏)가격은76만원을 웃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농민들이 송아지를 길러 내년 가을쯤 큰 수소로 내다 팔 때 이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3∼4개월 된 송아지를 큰 소로 기르려면 보통12∼13개월이 소요된다. 축산관계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사료 값과 기타비용 등 송아지 사육비는 농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70만원정도 드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말하자면 이익은 한푼 안 따져도 큰 소값이1백45만원은 돼줘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 전망으론 내년가을이후 큰 소값이 이처럼 높지 않을 예상이다. 우선 올해 가을 송아지사육을 늘려온 결과 내년가을 이후면 당연히 소 사육두수가 증가, 소 값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85년 소값 파동도 한때 1백만원을 넘는 송아지를 빛까지 얻어가며 다투어 인식한 결과, 소사 육두수의 증가로 소값이 1백만원도 못 미칠 정도로 하락, 농민들이 큰 손해를 본 것이었다.
여기에다 내년에도 국내쇠고기공급부족과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수입쇠고기도입은 불가피하며, 현재 GATT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에 제소중인 쇠고기시장개방문제가 전면자유화로 판결 나면, 그나마 부족 분을 정부가 수급계획을 세워 도입함으로써 가격조절을 할수있는 기능마저 한꺼번에 잃어버릴 우려도 크다.
사태가 이렇기 때문에 이미 내년가을이후 소값 파동의 재연가능성은 높아졌고 지금이라도 이를 막으려면 쇠고기 값을 내러 산지 소값의 안정을 서두르는 길밖에 없다.
쇠고기 값을 내리려면 방법은 수입쇠고기방출을 증가시켜야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값 안정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당국이 이미 안정대를 그게 웃돌고 있는 소값을 지금처럼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또 다시 소값 파동 재연·정책실패라는 비난과 홍역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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