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의 탈북난민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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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 때문에 이번 탈북자 난민 수용은 미국의 대(對)북한 인권 압박정책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의 정책이 말뿐이었다면 이제는 행동의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이제 관심은 2004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추가적 적용이 과연 어느 범위까지 확대될 것이며, 어느 정도의 속도와 규모로 미국이 탈북자를 받아들일 것이냐다.

9.11테러 이후 미국 안에 확산된 반(反) 테러리즘 정서 및 정치 난민에 대한 까다로운 규정 등을 감안할 때 탈북자들에 대한 추가적 수용이 과감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이번의 탈북 난민 수용을 계기로 미국 안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과 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올해 들어 미국은 레프코위츠 특사의 공격적 발언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요코타 메구미 부모 및 탈북자 가족 면담 등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공세적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미국의 이번 탈북자 수용은 한국과 중국.북한 등에도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탈북자를 기본적으로 한국민으로 간주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북핵 문제의 우선적 해결을 이유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조용한 외교를 견지해온 한국은 미국의 이번 조치로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된 셈이다.

또한 탈북자들을 붙잡아 강제로 북송하고 있는 중국과 탈북자들을 정치적으로 처벌해온 북한은 심각한 현실적 압력으로 이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며 '정책 전환이냐, 더 큰 반발과 체제 단속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