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인 친목 활동 없는 노인, 극단적 선택 위험 3배로 뛴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 예방 차원에서 세워진 위로 동상. [중앙포토]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 예방 차원에서 세워진 위로 동상. [중앙포토]

1인 가구가 늘고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노인의 고독사나 자살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 노인에게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또래와 함께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친목 활동이다. 정기적인 친목 활동이 없는 노인은 상대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희정 건국대 간호학과 교수팀은 3일 노인의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신체적ㆍ심리적ㆍ사회적 요인을 살펴본 논문을 공개했다. 2014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충북 지역 65세 이상 노인 3287명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 대상 중 최근 1년간 자살 생각을 해본 적 있는 비율은 21.7%, 자살 시도 경험은 0.8%로 조사됐다. 노인 5명 중 1명 이상은 극단적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해봤다는 의미다.

노인의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뭘까. 매우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했다. 평소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노인은 전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자살을 생각할 위험이 2.4배로 뛰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지만 정신적 상담을 받은 바 없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자살 생각할 확률이 3.6배에 달했다. 우울감을 느끼지만 상담을 받은 적 없는 노인도 우울하지 않은 노인보다 자살 생각 위험이 3.2배 높았다.

자살 생각에서 더 나아가는 자살 시도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정기적으로 친목 활동을 하는 노인과 비교했을 때 그렇지 않은 노인의 자살 시도 위험은 3배였다. 노인들이 한 달에 1번 이상 정기적 친목 활동에 참여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면 자살 시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일상적인 활동에서 문제를 겪거나 우울감을 느끼는 노인의 자살 시도 위험도 대폭 올라갔다.

관련기사

최 교수는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의 공통적인 위험 요인은 우울감과 일상활동 제한이다. 노인의 우울감을 줄여줄 상담ㆍ치료뿐 아니라 일상생활 보조를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 "정신적 상담에 대한 홍보와 접근성 향상으로 이용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질병관리본부가 발행하는 '지역사회 건강과 질병' 8월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