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출근, 일할 맛 두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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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정동 기자]

지난 3일 인천시 십정동의 린나이 어린이집에선 다섯 살배기 10여 명이 스케치북에 '우리 가족'을 그려넣고 있었다. 간식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무슨 일해요"라고 물으니 "가스레인지(만들어요)"라고 외쳤다.

가스기기 전문업체 린나이코리아는 19년 전 처음 어린이집을 열었다. "아이와 부모가 손을 잡고 드나드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강성모(73) 회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전국이 노사갈등으로 들끓던 시절, 강 회장은 "맞벌이 시대가 오면 어린이집은 기업에 필수"라며 어린이집 준비를 직접 챙겼다. 당시 린나이는 직원수 900여 명에 매출액 660여억원인 중견기업이었다.

인천 공장내 복지관 한 층에서 300명 이상의 직원 자녀들을 길러낸 린나이 어린이집은 올 3월 공장에서 10분 거리에 번듯한 새 보금자리를 열었다. 아이들을 위해 움직이는 차량만도 넉대. 운영비만 매년 1억원 이상 들지만 직원은 한 달에 만원만 내면 된다. 유아교육 전문 교사 3명이 있어 교육의 질도 높다.

첫째 딸을 2년째 맡기고 있는 한명석 대리는 "아이와 엄마가 회사를 더 좋아한다"며 "점심시간에 아이를 보고 오면 오후 일이 훨씬 즐겁다"고 말했다. 린나이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직원들의 결속력을 높여 생산성 향상에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86년부터 유치원을 책임져 온 염희정(42) 원장은 "비용뿐 아니라 아이들 안전문제까지 회사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사내 보육시설 운영에는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글=임장혁 기자 <jhi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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