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종전선언 첫 공식 입장 "시대 흐름에 부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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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2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날 양국 외교 수장은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2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날 양국 외교 수장은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뉴스1]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일 종전선언에 대해 “시대 발전의 흐름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ARF 참석한 왕이, 기자회견 자청 #중국 ‘지분’ 챙기고 미국 압박 의도

그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싱가포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전선언 관련 질문에 “만약 모두가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처럼 답했다. “이는 남북을 포함한 각국 인민들의 소망에도 부합한다”면서다.

중국은 그간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로서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왕 부장이 남·북·미·중·일·러 등 북핵 관련 주요국이 모두 모이는 ARF를 계기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런 입장을 밝힌 점을 주목할 만하다. 북핵 문제가 부각되는 회의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지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미국이 조기 종전선언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청와대 기류가 3자 간 종전선언에서 중국을 포함하는 4자 간 종전선언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날 싱가포르에서는 한·중·일·러 간에 제재를 두고도 엇갈린 의견이 표출됐다. 왕 부장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대북제재는)당연히 새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강경화 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산 의심 석탄의 한국 반입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제3국 선박 2척이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환적을 통해 러시아산으로 둔갑시킨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서 하역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그런 문제(환적을 통한 제재 회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데, 한국에서 그런 이야기가 있지 않았느냐”고 관심을 표했다. 북한산 석탄의 원산지가 러시아산으로 위조됐지만, 러시아 정부는 모르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뒤이어진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인근 국가의 선박을 통한 불법 환적 문제가 있는데, 안보리 제재를 확실히 이행하기 위해 한·미·일이 특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한국 당국의 조사 진행 상황을 소개하며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싱가포르=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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