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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측 "강 후보, 매니페스토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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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 후보 대변인인 나경원 의원이 "강금실 후보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포기하려는 것이냐"고 물은 게 열린우리당 공세에 대한 유일한 반응이었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는 만큼 상대가 유도하는 난전(亂戰)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자신의 클린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진흙탕 싸움은 피해야 한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권영진 후보비서실장은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정치개혁법인 '오세훈 선거법'을 만든 사람답게 선거법을 지키며 선거를 치르자는 게 오 후보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강금실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 수위가 좀 더 높아져도 일절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오 후보는 "후보 간 토론이 많다는 게 이번 선거의 특색"이라며 "선거일까지 20~30차례의 크고 작은 토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준비 정도가 자연스레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나 대변인도 "열린우리당이 보라색에서 흑색으로 선거 전략을 바꾸더라도 오 후보는 묵묵히 '녹색'으로 나갈 것"이라며 "서울 시민들과 함께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를 겨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속내는 조금 다르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오 후보 진영 내부에선 이 같은 무대응 전략이 언제까지 먹혀들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강 후보의 공세 전환에 긴장하는 모습도 뚜렷했다.

오 후보 본인도 상당히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오 후보가 여당의 네거티브 전략을 선거 승리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선대위 내부 회의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2탄, 3탄, 연속으로 터져나올 여당의 네거티브 전략에 쐐기를 박으려면 초반부터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선 열린우리당 강 후보의 자질과 관련된 자료를 공개해 맞대응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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