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작은 정부 논쟁 … 박근혜 “큰 정부로 가고 있다” 노무현 “할 일은 하는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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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마이클 하워드 영국 보수당 대표는 신문 광고를 통해 “국민은 커야 하며 정부는 작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는 내용이 담긴 ‘보수주의자 신조’를 밝혔다.

작년 대선 때도 공공일자리 공방

보수는 작은 정부를, 진보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는 게 일반적 분류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던진 ‘국가주의’ 논쟁도 큰 정부와 작은 정부 논쟁의 연장선상이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국가주의라는 용어를 썼지만 실질적으로 담고 있는 내용은 경제정책에서 큰 정부와 작은 정부를 둘러싼 논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치에서 ‘큰 정부와 작은 정부’를 놓고 보수와 진보가 정면으로 맞붙었던 적은 김 비대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던 노무현 정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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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노 대통령은 ‘할 일은 하는 정부’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내세웠다. 2005년 9월 7일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두 사람은 이 문제로 논쟁을 벌였다.

▶박 대표="큰 정부로 가고 있다. 우리 정부의 경쟁력이 10단계 떨어졌다. 세수 부족도 그런 맥락이다.”

▶노="큰 정부는 공약이 아니다. 우리는 할 일은 하는 정부, 효율적 정부를 추구한다. 공공서비스를 더 확대해야 한다.”

▶박="선진화 요건은 국민 자율성 확대다.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을 둘러싼 논쟁처럼 당시에도 경제 양극화와 경제성장 해법 등이 정치 이슈가 됐던 시기다. 노 전 대통령은 재정 확대 등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고, 박 전 대통령은 감세 등을 골자로 한 시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2017년 대선 때도 큰 정부와 작은 정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당시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 등을 내세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작은 정부가 좋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잘못된 인식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공연히 큰 정부를 내세웠다. 그러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문 후보 공약을 겨냥해 “박정희식 패러다임의 발상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자율성”이라고 맞붙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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