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대 10명 중 3명은 북한 주민을 한민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주민을 한민족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28.2%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으며 이는 전 연령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50대는 10.5%에 그쳤다. 20대의 보수화가 뚜렷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1일 발표한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 결과다.
20대가 북한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인 ‘감정온도’는 46.6도로 조사됐는데, 이는 중간 수치인 50도보다 낮다. 50도는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감정을 의미한다. 즉 20대가 북한에 느끼는 감정은 긍정보다 부정에 가깝다는 의미다. 이는 30~40대의 50도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북한을 보는 국민의 복잡한 시선도 드러났다. 국민 다수가 북한을 위협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다. 조사 대상자 중 78.4%가 북한에 대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이라고 답했고, 70.2%는 ‘우리가 경계해야할 대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을 ‘우리가 힘을 합쳐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비율이 77.6%였으며 73.6%가 북한을 궁극적 통일의 대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답변은 43.2%로 ‘포기할 것’이라고 내다본 비율인 33.7% 보다 많았다. 북한에 안보 위협을 느끼면서도 협력을 통해 통일을 이뤄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이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80% 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 대화 및 교류 협럭, 남북 간 전쟁 위험 감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0% 이상이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국과 북한 간의 신뢰 구축’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69%였다.
통일에 대해서는 83.5%가 ‘장기적 혹은 이른 시일 내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향후 남북통일 방안으로는 점진적인 통일을 선호하는 의견이 62.9%로 가장 높았으며 평화체제를 유지하며 별개인 국가가 좋다는 의견도 29.9%로 집계됐다. 또 응답자의 64.6%는 ‘통일로 인한 이익이 클 것’이라고 답했고, 47.1%는 통일 비용 마련을 위해 추가 세금을 내겠다고 밝혀 ‘부담하지 않겠다’는 30.6% 보다 많았다. 적절한 통일세 부담은 매월 1만∼2만 원 미만이 26.2%로 가장 많았다. 이는 통일세 논의가 한창이었던 2010년 당시 통일세에 대한 반감이 컸던 것과 대조된다.
이번 조사에선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나라로는 미국 다음이 북한이라는 답변도 나왔다. 40대와 진보적 성향 응답자 중 20% 이상이 ‘북한이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감정 온도’ 조사에서도 미국 (60.8도)에 이어 북한(46.8도)이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문체부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152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웹 조사(CAWI) 방법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