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친건가? 어려보이는데…” 미혼모가 매일 겪는 차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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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안고 길을 가는데 ‘사고 친건가? 엄청 어려보이는데...’라며 수군거리는 말을 들을 때 정말 괴로워요.”(미혼모 A씨)

취업 면접을 보러 갔더니 질문의 80%가 ‘왜 혼자인지, 아이는 어떻게 혼자 키울 것인지’ 같은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질문뿐이었어요.”(미혼모 B씨)

동네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주민들이 무조건 ‘미혼모시설에 있는 미혼모들이 한 일’이라며 민원을 제기했어요.”(미혼모 C씨)  

여성가족부가  ‘미혼모ㆍ부 일상 속 숨은 차별 및 불편 사례’에 대해 대국민 접수ㆍ설문조사 한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여가부는 정부가 저출산 대책 가운데 하나로 추진 중인 ‘한부모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여건 조성’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여가부 홈페이지를 통해 당사자나 일반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불편과 차별의 구체적인 사례를 접수받았다. 또 전국 83개 미혼모 시설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미혼모들은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분류되며 겪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따돌림에 힘든 경우가 많았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이가 어리고 남편도 없는 산모라고 주변 산모들이 같이 대화도 하지 않고 밥 먹을 때 끼워주지도 않았다는 사연, 나이가 어려보이는 여성이 아이를 안고 길을 가거나 낮 시간에 밖에 있다는 이유로  ‘뭐야, 학교도 안 갔어?’라던가 ‘사고 친 건가? 엄청 어려보이는데?’라고 주변에서 수군거린다는 사연 등이 접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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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나 관공서, 병원 등 공개된 공간에서 개인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아 불편을 겪기도 한다. 학교에서 부모참여수업이나 가족동반여행으로 부모 둘 다 참석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거나 한부모인 것이 알려져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는 사연, 주민센터에서 복지 상담을 받는데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됐고 상담원이 미혼모하는 사실을 큰 목소리로 얘기해 당혹스러웠다는 사연도 있었다.

편견이 직접적인 차별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직장생활 중 혼자 아이를 키우다보니 스케줄 변경이 어렵자 ‘열정이 없다’며 해고당한 사연부터, 구직을 위해 면접을 보러갔더니 면접관이 주민등록등본을 보며 ‘혼자 아이 키우는데 직장생활 제대로 할 수 있겠냐’라고 묻거나, 질문의 80%가 ‘왜 혼자인지, 아이는 혼자 어떻게 키울 것인지’ 등이었다는 사연 등이 있었다.

여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혼모ㆍ부의 일상 속 차별 및 불편 사항을 10월 2일까지 접수받는다. 이를 행안부, 교육부, 고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개선해 나가고, 8월부터 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이숙진 여가부 차관은 “모든 형태의 출산이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 정착을 위한 인식개선 작업과 함께 미혼모ㆍ부가 겪는 일상 속의 차별과 불합리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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