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 조형물이 불법? 철거소식에 시민들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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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대구점에 기획한 대프리카 전시. [사진 현대백화점 대구점]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기획한 대프리카 전시. [사진 현대백화점 대구점]

더위에 녹은 삼선 슬리퍼·뜨거운 날씨에 익어버린 계란 후라이·꼭대기가 녹은 라바콘….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백화점 앞에 지난달 29일 설치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상징물이다. 위트있는 조형물은 올여름 내내 대구의 유명 포토존으로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해 계란후라이 조형물이 인기를 끈 이후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대구 지역 손영복작가와 지역 디자인 업체 '리턴'과 손잡고 올해도 조형물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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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의 상징물이기도 한 이 조형물이 곧 철거될 예정이다. 대구 중구청에서 다음달 23일까지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보내면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기획한 대프리카 전시. [사진 현대백화점 대구점]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기획한 대프리카 전시. [사진 현대백화점 대구점]

대구 중구청은 지난 24일 "해당 조형물은 사전 신고·협의 없이 설치됐고, 건축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 달 내로 철거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조형물이 통행 불편과 더위를 조장한다는 민원이 지난 16일 접수되면서다.

조형물이 설치된 공간은 백화점 소유의 공개공지다. 공개공지란 연면적 5000㎡ 이상인 대형건축물의 건축주가 쾌적한 환경과 보행자 통행, 시민의 휴식을 위해 조성해야 하는 소규모 개방공간이다. 건축법 시행령 27조에 따르면 공개공지에는 물건을 쌓아 놓거나 출입을 차단하는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기획한 대프리카 전시. [사진 현대백화점 대구점]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기획한 대프리카 전시. [사진 현대백화점 대구점]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8월 중순 내로 조형물을 철거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어차피 8월 내로 철거하려고 했다"면서도 "시민들과 대프리카의 더위를 조금이라도 웃으면서 이겨내 보자는 생각에서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관련법을 지키지 못한 점은 인정하고 내년부터는 중구청과 잘 협의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 시민들은 철거 소식을 듣고 아쉽다는 반응이다. 김지은(25·대구 중구)씨는 "다른 지역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조형물이 있다고 자랑했는데 통행방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익영(30·대구 수성구)씨는 "백화점 측에서 대구 시민과 폭염을 즐겁게 이겨내고자 하는 좋은 마음에서 설치한 조형물이라 들었는데 이런 대구 명물이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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