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복지 이제 출발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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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계 5억 장애자들의 인간승리 대제전 제8회 서울장애자올림픽이 24일 오후 잠실벌을 밝히던 성화가 꺼지면서 막을 내렸다.
「도전과 극복」「평화와 우정」「참여와 평등」을 이념으로 열흘동안 펼쳐진 이번 장애자 올림픽은 서울올림픽에 뒤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규모성공대회를 기록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치를 다시 한번 드높여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61개국 4천2백78명의 선수단이 참가, 장애자올림픽사상 최대 규모였을뿐 아니라 특히 ICC헌장에 따라 전세계 전장애자가 참여한 첫 통합대회로 치러져 세계 장애자올림픽대회의 새로운 선례와 모형을 정립했다.
장애자올림픽은 60년 1회 로마대회이후 7차례 치러져왔지만 올림픽개최지 아닌 다른 도시나 국가에서 열렸고 때로는 2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됐으며 장애선수들의 참가범위도 일부 장애자에 국한돼 세계5억 장애자의 진정한 축제로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이에 비해 이번 대회는 서울올림픽과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동반 개최돼 전체장애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올림픽의 자원과 시설을 그대로 연계 활용함으로써 장애자올림픽사상 유례없이 성대하면서도 내실있는 대회로 기록됐다.
그러나 서울장애자올림픽은 이 같은 외적인 성과와 함께 우리사회의 장애자에 대한 편견과 소외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장애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인간승리의 제전」으로 승화된 점에 더 큰 뜻이 담겨져 있다.
지구촌 61개 나라에서 모여든 장애선수들은 대회시작 순간부터 끝까지 정상인의 상상을 초월한 경이적인 인간승리를 연출, 세계인 모두에게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보여주었고 어떤 장애와 역경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더없이 값지고 생생한 교훈을 남겨주었다.
장애자도 정상인과 함께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라는「참여와 평등」의 정신을 우리모두에게 심어줌으로써 장애자에 대한 국민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일반 국민도 이제는 장애자를 경원과 동정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정상인과 똑같은 「장애가 있는 정상인」으로 인식하고 이사회가 정상인만의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임을 깨닫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 2백만 장애자들에게 재활의지를 일깨워주어 소극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생활태도를 벗어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하는데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회는 유치직후부터 일부 장애자와 사회일각에서 2백30여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장애자올림픽을 치르기에는 우리사회 여건상 시기상조며 낭비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장애자올림픽이 성공대회로 끝남으로써 일반국민들의 장애자에 대한 관심과 인식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정부의 장애자복지정책을 앞당기는 전환점으로 작용, 이 같은 부정적 시각도 점차 수그러들게 됐다.
고귀남 조직위원장의 지적대로 장애자올림픽은「장애자복지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 된 셈이다.
서울장애자올림픽의 성과가 확실한 열매로 거두어지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반짝」관심이 아닌 국민들의 장애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이해, 정부의 적극적이고도 구체적인 장애자 복지정책이 뒤따라야만 할 것이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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