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6일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을 언론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3월 인터넷 언론사 프레시안이 보도한 기사가 허위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맞고소를 당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정 전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지난 3월 7일 프레시안이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23일 당시 기자 지망생이던 A씨를 성추행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하자 프레시안 기자 2명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프레시안 역시 명예훼손 혐의로 정 전 의원을 고소했다.
경찰은 관계자들의 진술, 정 전 의원의 카드 결제 내역, A씨의 이메일과 SNS 사진 등을 종합해볼 때 A씨와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 기사 내용처럼 실제 렉싱턴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났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사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추정되며 정 전 의원도 이를 인식했던 것으로 판단되는 점을 고려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 전 의원이 고소했던 서 기자 등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당사자의 고소에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어 정 전 의원이 고소를 취하한 뒤에도 수사가 계속됐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서 기자를 "서울시장 출마 선언 직전 허위 성추행 의혹을 보도해 당선되지 못하게 방해하려 했다"는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기사의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앞서 프레시안 서모 기자는 지난 3월 7일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해당 날짜에) A씨를 만난 사실이 없고, 성추행하지 않았다"며 프레시안 기사를 '허위보도', '새빨간 거짓말', '국민과 언론을 속게 한 기획된 대국민 사기극' 등 표현을 써서 비난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계획 중이었지만 보도가 나오자 출마를 연기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가 개시된 후에도 정 전 의원은 문제가 된 날짜에 자신의 행적을 찍은 사진 780장이 확인됐다며 재차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며칠 후, 해당일 오후 6시 43분께 렉싱턴 호텔 카페에서 정 전 의원 신용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소를 취하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로 접속하시면 해당 기사에서 관련기사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