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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금 책'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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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중국 서점의 서가는 온통 황금색이다. 황금색 장정, 황금색 페이지로 꾸며진 황금서(黃金書.사진)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마오쩌둥(毛澤東) 시(詩).사(詞)선' '쑨중산(孫中山) 사(詞) 전집' '손자병법' '손오공' 등 10여 종에 달한다. 금박으로 입힌 호화 장정인 만큼 가격도 만만찮다. 제일 저렴한 책이 1만3600위안(약 160만원)에서 1만5800위안(약 185만원)쯤 한다. 그런데도 물건은 심심찮게 팔려나간다. 톈진(天津)의 한 대형 서점에는 "황금서는 정계 고위 관리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는 선전문구가 버젓이 나붙어 있다. 그렇다면 금으로 만든 책의 원가는 어느 정도일까. 업계의 한 인사는 "황금서는 공예용 금박으로 만든다"며 "1g의 금으로 50~60㎡의 금박을 만들 수 있다"고 귀띔했다. 원가로 환산하면 책 한 권 만드는 데 대략 500위안(약 6만원)쯤 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제조 원가의 20배가 넘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결국 출판물을 총괄하는 국무원 신문출판총서는 2일 "황금서의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서점에는 모든 황금서를 서가에서 치우라고 명령했다. 신문출판총서는 "황금서가 정신문화상품인 책을 사치 조장 상품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라고 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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