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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왜곡'은 왜 대응 않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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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본이 일으킨 독도 문제를 향해 우리 신경이 온통 곤두서 있는 지금, 중국에 의해 또 다른 역사왜곡이 자행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벌써 잊고 있다. '동북공정'프로젝트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02~2006년 추진되는 동북공정은 현재의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됐던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연구 프로젝트다. 지린(吉林).랴오닝(遼寧).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성을 무대로 펼쳐졌던 고조선.고구려.발해의 역사가 중국 역사에 속한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다.

역사학자나 전문가들이 보는 동북공정의 추진 의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1909년 청.일 간에 체결된 간도협약에 의해 중국에 귀속된 지린성 옌볜(延邊)자치주와 그 주변의 광활한 지역을 두고 우리와 중국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영토분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둘째는 남북한이 통일됐을 때 동북 3성에 흩어져 살고 있는 약 200만 명의 조선족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을 사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성격이 짙다.

셋째는 유럽으로의 철도 연결 가능성과 러시아의 가스전 개발 등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동북아가 갖는 중요성을 재평가한 중국이 러시아.북한 등과의 접경지역을 집중 개발해'초국가 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런 주장들을 뒷받침하듯 중국은 최근 '경제 동북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 '동북진흥정책'을 전면에 내걸고 동북지방 대규모 개발과 대(對)북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쌀.원유.원자재.생필품의 대규모 원조도 계속되고 있다. 신의주 행정특구 개발이 무산된 이후 불편했던 북한과의 관계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북한을 직접 방문해 복원시켰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국가적인 인수합병(M&A)을 시도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동북 3성에 북한을 편입해 동북 4성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이런데도 우리는 꿀먹은 벙어리다. 일본.미국에 대해선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관대하다. 이 순간에도 우리의 관심은 온통 독도에만 쏠려 있다.

'역사 동북공정'과 '경제 동북공정'에 숨겨진 중국의 의도는 저지돼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당파 간 정쟁과 사회분열만을 심화시켜 온 정부 주도의 대북한'퍼주기 식 지원'을 지양하고, 민간 차원의 경제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특히 사회간접자본을 하나로 묶어 남북 간 경제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북한을 우리 경제권으로 편입시켜 남북한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외교적인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6자회담의 테이블에 동북공정을 올리고, 주변 강국들의 힘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동북공정은 동아시아 국제질서에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학문적인 접근보다는 한민족 전체의 지혜를 모아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