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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주식 인수, 범 현대가<家> 사전협의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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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상선 인수.합병(M&A) 논란에 현대백화점 등 범(汎) 현대그룹의 향배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현대해상화재.현대자동차 등 4개사가 합쳐서 현대상선 지분 6.58%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호 지분을 합쳐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 측은 현대상선 주식의 37.26%, 정몽준 의원 측은 32.94%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어느 쪽이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되느냐는 상선 지분 8.69%를 가진 현대건설을 누가 가져가느냐와 범 현대그룹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결정될 판국이다. <그래픽.가계도 참조> 이런 상황에서 정 의원이 지난달 27일 현대상선 지분을 전격 매입하기 전에 범 현대그룹의 총수들을 만나 협의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범 현대그룹 사전교감설=3일 재계에서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에 정몽준 의원이 찾아가 만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정 의원이 형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도 만나 상선 인수 건을 사전 승낙받았고, 삼촌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 등과도 협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확인되지 않은채 나돌았다. 그러나 이런 소문에 대해 현대차.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 등은 "확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도 "범 현대가의 사전 협의설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대백화점 등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만일 범 현대가가 정 의원 편에 서면 정 의원 측이 39.52%를 확보해 현 회장 측보다 지분이 많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이 주축이 돼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는 현대그룹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중공업그룹인 상황에서는 상선이 건설을 인수해도 건설의 상선 지분 8.69%가 현 회장 쪽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계열사 중 중공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나서야 할 판이다.

◆뾰족한 방어책 없어 고민하는 현대그룹=현대그룹은 경영권을 방어할 묘안이 없어 고민이다. 현대그룹은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있지만, 뚜렷한 방어 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대상선이나 계열사들이 상선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상선이 자사주를 사려 할 경우 대주주가 된 중공업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6월에 있을 상선의 3000만주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해 여력이 부족하다. 유상증자를 할 경우 현 회장 측 지분이 늘긴 하지만 정 의원 측도 참여할 게 뻔해 똑같이 지분이 늘어난다. 현대그룹은 유상증자 때 실권주를 계열사인 현대증권이 인수토록 할 예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 방어에 숨통이 트인다. 그러나 이 방법도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은 3일 "현대증권이 실권주를 인수하는 것은 계열사 부당 지원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현대상선은 "추후 이사회를 열어 현대증권이 실권주를 인수하려던 애초 계획을 바꾸겠다"고 공시했다. 현대그룹 측은 "백기사라면 매입한 지분 중 10%를 현대그룹에 되팔라"는 요구를 현대중공업이 즉각 거부하자 적대적 M&A를 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측이 지분을 매입한 것이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혁주.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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