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호랑이" 기선 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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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시리즈 1차 전 광주 경기>
【광주=조일권 기자】 당대 최고의 강속구를 뿌리는 선동렬이 한국시리즈 탈삼진 신기록을 세우며 해태 타이거스에 귀중한 첫 승리를 안겨줬다.
해태는 19일 홈구장 광주에서 펼쳐진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 1차 전에서 빙그레 이글스를 2-0으로 셧아웃 시켰다.
해태는 이날 에이스 선동렬의 빛나는 피칭과 6회 말 결승 솔로 홈런을 날린 1번 이순철의 활약으로 첫판을 완봉 승으로 이끌었다. 「무등산 폭격기」 선동렬은 7과 3분1 이닝을 던지며 29명의 빙그레타자를 맞아 삼진 14개를 뺏으며 4구 4개와 3안타만을 허용했다.
선은 가공의 스피드 볼로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과 7회까지 매이닝 삼진, 그리고 한국시리즈 한 게임 최다 탈삼진 기록을 수립했다. 이제까지 시리즈 최다 탈삼진은 84년 롯데 최동원이 구덕운동장에서 대 삼성전 때 마크한 12개.
이제까지 1차 전은 패권향방의 중요고비에서 어느 팀이 기선을 잡느냐에 관심이 쏠린 일전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는 82년을 제외하고 1차 전을 승리한 팀이 모두 챔피언에 올랐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올 시즌 해태 전에서 노히트노런을 수립한 2년 생 우완 이동석을 선발로 투입했다. 이동석은 올 시즌 자신의 첫 등판게임인 4월17일 광주의 해태 전에서 선동렬과 완투하며 대결, 무사사구로 노히트 노런(무안타 무득점)의 대기록을 수립한 장본인.
시즌 대해대전에서 7게임에 등판, 3승2패1세이브를 올렸다.
반면에 선동렬은 빙그레 전에서 1승 3패로 부진했다. 해태는 선동렬이 마운드에 서면 해태타선이 침묵을 지킨다는 징크스에 시달렸는데 이날도 이 징크스는 깨지지 않은 셈이다.
해태는 7안타를 때렸지만 산발이었으며 강타선을 감안하면 빈타였다.
그러나 선과 같은 프로 4년 생인 이순철의 쾌타 일발로 선동렬에게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순철은 6회 말 1사후 이동석의 제4구를 공략, 호쾌한 홈런을 뽑아내 승기를 잡았다.
이날 선동렬은 7회 초 오른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물러났으나 앞으로 예정대로 두 차례 더 마운드에 서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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