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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말 8초’ 사상 최악 폭염 몰려온다 … 1994년 악몽 재현되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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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3호 04면

[SPECIAL REPORT] 가마솥 한반도

남산에서 본 도심

남산에서 본 도심

산업용 드론인 인텔 팔콘8+에 장착된 열화상 카메라가 20일 오후 2시 서울 남산에서 촬영한 서울 도심. 빨간색은 38도, 노란색은 34도, 연두색은 31도로 측정됐다. 고층 건물이 밀집한 서울 한복판이 모두 빨갛게 표시돼 열섬 현상을 보였다. 이날 서울 강북 지역 최고기온은 35.7도를 기록해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이 밖에 경남 창녕의 낮기온이 39.3도를 나타내는 등 곳곳에서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이달 말까지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지속 될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7월 말과 8월 초폭 염 피해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김경빈 기자]

산업용 드론인 인텔 팔콘8+에 장착된 열화상 카메라가 20일 오후 2시 서울 남산에서 촬영한 서울 도심. 빨간색은 38도, 노란색은 34도, 연두색은 31도로 측정됐다. 고층 건물이 밀집한 서울 한복판이 모두 빨갛게 표시돼 열섬 현상을 보였다. 이날 서울 강북 지역 최고기온은 35.7도를 기록해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이 밖에 경남 창녕의 낮기온이 39.3도를 나타내는 등 곳곳에서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이달 말까지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지속 될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7월 말과 8월 초폭 염 피해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김경빈 기자]

장마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살인적 폭염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기상청은 20일 ‘폭염 전망’ 자료를 통해 “7월 말까지 안정된 기단 내에서 비가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기온 상승 추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티베트 ‘열적 고기압’이 찬 공기 막아 #대기 상·하층 모두 더운 공기로 가득 #태풍 ‘암필’도 중국으로 방향 꺾어 #기상청 “기단 안정돼 당분간 비 안 와” #열 축적돼 최고기온 계속 경신 상황 #내달 중순까지 ‘열돔’ 식지 않을 듯

또 지난 19일 발표한 ‘1개월 전망’에서도 기상청은 다음달 19일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8월 20일 이후에야 평년기온을 회복할 것이란 예보다. 특히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기간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고했다.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인 ‘7말 8초’ 기간 중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이란 예보는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것이란 경고나 다름없다.

기상청은 6월 하순부터 티베트 고원 지역에서 공기가 데워지고, 그로 인한 ‘열적 고기압’이 한반도까지 확장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의 확장을 도와 한반도 대기 상·하층 모두 더운 공기로 채워졌다고 했다. 지난 11일 이후 전국 주요 도시의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웃돌고 있다. 평년 7월 중순에는 낮 최고기온 평균이 30도 아래였던 것과 뚜렷이 구별된다.

특히 올여름엔 장마가 유달리 일찍 끝났고, 전국은 곧바로 폭염에 휩싸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지난달 19일 제주도에서 시작돼 지난 11일 중부지방에서 끝났다. 중부지방 장마 기간이 평년에는 32일인데, 올해는 절반인 16일 만에 끝났다. 73년 이후 가장 짧은 장마다. 장마 기간 강수량도 283㎜로 평년의 79%에 불과했다. 그리고 12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유럽·캐나다·일본서도 폭염 피해 속출

한반도 주변 폭염을 유발하는 공기층

한반도 주변 폭염을 유발하는 공기층

기상청 윤기한 통보관은 “아직 통계상으로는 1994년만큼 극심하지는 않겠지만 8월 중순까지는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최고기온이 평년보다는 훨씬 높지만 94년 7월 중순 수준엔 도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7월이 열흘 이상 남았고, 30일까지의 중기 예보를 보면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도 없다. 도시의 경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축적된 열이 밤에 방출되면서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우진규 기상분석관은 “맑은 날씨에 강한 일사(日射)로 열이 축적되면 최저기온이 날마다 높아지고 이에 따라 최고기온을 계속 경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8월 초순이 연중 가장 더운 시기고, 8월 중순까지 폭염이 발생한 예년 사례에 비춰 보면 다음달 중순 이후까지 한 달가량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태풍 암필(AMPIL)이 북상 중이나 21일부터 대만 북동부 해상을 거쳐 중국 상하이 부근으로 이동한다. 한반대 일대에 자리잡은 강력한 북태평양 고기압에 막혀 중국으로 방향을 꺾은 것이다. 태풍이 동반한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오히려 불쾌지수만 더 높아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습도가 높아지면서 열대야 발생 지역이 현재보다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94년 7월 상황과 2016년 8월 상황이 올해 연이어 나타나면서 최악의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름 전체로 따지면 94년 더위가 최악이었지만, 8월만 따지만 2016년이 94년보다 심했다. 2016년 8월 1~25일 서울의 최고기온 평균은 34.34도로 94년 32.6도보다 1.74도 높았다. 2016년 폭염일수는 전국 평균 22.4일로 역대 2위였지만, 8월만 따지면 16.7일로 가장 많았다. 2016년 전체로는 207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17명이 사망했는데, 2012년 공식 집계 시작 이후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당시 닭 406만 마리를 포함해 가축도 430만 마리가 폐사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19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폭염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생활관리사가 홀몸노인을 방문하거나 전화해 안전을 확인하기로 했고, 교육부는 폭염 특보 때 초·중·고교의 등·하교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정부, 폭염 장기화 대비 긴급 대책회의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가 19일(현지시간) 그린 기후지도. 불타는 지구를 보여준다. [연합뉴스]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가 19일(현지시간) 그린 기후지도. 불타는 지구를 보여준다. [연합뉴스]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북미와 유럽 등 북반구 대부분 지역에 걸쳐 ‘열돔(heat dome)’에 휩싸였고, 나라마다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열돔’이란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마치 솥뚜껑을 씌워 놓은 듯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 놓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19일 유럽연합(EU)의 지구 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러시아 등 북극권 한계선(북위 66도33분, Arctic Circle) 일대 국가에서 최소 11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스웨덴의 경우 전국에서 60여 건의 화재가 발생해 외국에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지난 7일까지 89명이 폭염으로 사망했고, 일본에서도 지난 9~15일 9956명이 일사병·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응급 후송됐고 14명 이상 숨졌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기상청은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고기압이 동서 방향으로 세력을 키우면서 극지방에 머무르는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해마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지구온난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평균기온은 1981~2010년 30년 평균보다 0.4도, 산업혁명 이전보다 1.03도 상승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같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2000~2016년 사이 취약 인구 중에서 폭염에 노출되는 숫자가 1억2500만 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제 폭염은 인류에 생존을 위협하는 강력한 조건으로 떠올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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