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동창회」 갖는 교동국교 졸업생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어릴 적 뛰놀던 모교의 교정에 다시 모입시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민학교인 서울 교동 국민학교 (교장 김영삼·55)가 18일 「1세기 동창회」 창립 총회를 갖는다.
1894년 개교, 오는 94년으로 1백주년이 되지만 이를 위한 각종기념·장학사업의 준비를 위해 개교 94주년인 올해 동창 총회가 소집된다.
18일 오후 4시, 교정엔 9개의 천막이 세워지고 90세 할아버지부터 갓 졸업한 중학생 동문까지 모두 모여 회장단 등 임원진을 구성한 뒤 학부모·재학생들과 함께 성대한 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교동국교는 구한말 황실 자녀에게 신교육을 시키기 위해 1894년 경운동 현 교정에서 「황실 학교」로 출발했다.
이듬해 소학교 령에 의해 「한성 사범부속학교」로 바뀌었고 1906년 교동 보통학교로 개칭됐다.
개교 당시의 학생 수는 1백36명. 대부분 서당에서 옮겨온 탓으로 연령층은 8세부터 20세까지 들쭉날쭉 했고 장가든 학생은 상투를 틀고 갓을 쓴 채 등교했다.
6·25 때는 군부대로 쓰여 학생들은 학교마당에서 천막교실 생활을 하기도 했다.
60년대 후반에는 한 학급에 80∼90명씩으로도 모자라 1, 2부제로 나누어 수업을 해야했고 한해 졸업생이 9백여 명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부터 일기 시작한 강남 개발붐과 함께 주민수가 줄면서 이젠 전교생이 1천2백 명인 아담한 학교로 바뀌었고 한 학급에 45명 정도인데도 교실이 남아돈다.
한국 근대사의 산 증인으로서 3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윤보선 전 대통령 (2회), 윤치영 전 내무장관 (3회), 김상협 전 국무총리, 아동문학가 윤석중씨, 동요 작곡가 윤극영씨, 바둑인 조남철씨, 김상홍 삼양그룹 회장, 소아마비를 극복한 대법관 김용준씨, 농구인 김영기·김추자씨, 코미디언 구봉서씨, 배우 강수연양 등이 모두 이 학교 출신.
지난달 10명의 원로 동문들로 구성된 발기인 모임에서 대표를 맡은 윤치영씨 (91)는 "1백주년 교사 편찬과 사료실 확충, 후배 재학생을 위한 장학기금 마련 등의 각종 사업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도 보람 있지만 뜻깊은 사업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민병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