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신감 갖고 문화 경쟁력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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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일본 영화.음반.게임의 수입을 완전 개방하기로 했다.

방송과 극장용 애니메이션 분야가 극히 일부를 제외한 채 문이 닫혀 있긴 하지만 이로써 1998년부터 빗장이 열리기 시작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거의 완결되는 셈이다. 우리는 6년여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진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속도와 질에 있어 대체적으로 무난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간 세차례의 개방과정을 통해 일본 영화는 대부분 들어올 수 있었지만 전체 시장의 5%를 점유하지 못할 만큼 영향력이 미미했다. 반면 우리 영화는 최근 3년간 꾸준히 40%의 점유율을 넘나들 정도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고라는 칸 영화제와 베니스 영화제에서 '취화선'과 '오아시스'가 각각 감독상을 받을 정도로 역량도 인정받고 있다. 국산영화의 인기몰이가 단순히 국내 영화팬들의 애국심에 기댄 열정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또한 2차 개방 이후 일본 가수의 실내공연이 간간이 열리고 있지만 우려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반대로 한.일 방송드라마 합작이나 가수 보아 등 일본 무대에 진출한 연예인들을 통해 일본 젊은이들의 '한국 열풍'은 뜨거워졌다. 4차 개방에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한.일 간의 불행한 지난 역사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물꼬를 틀 때마다 한바탕 몸살을 앓아왔다. 아직도 국민의 정서적 반감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24시간 세계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시대임을 상기할 때 일본 대중문화의 완전 개방을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 하지만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일방적인 개방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국내 대중문화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일본 진출을 돕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이제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우리 만화영화의 경우 정부의 계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문화인들도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가져다 준 자신감을 토대로 이제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