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큰 경기엔 역시 약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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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빙그레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2연 전은 투지를 앞세운 빙그레의 타선 집중력이 삼성의 노련미를 압도한 경기.
빙그레는 주어진 찬스마다 폭발적인 타력으로 득점한 반면 삼성은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를 깨지 못한 채 팀 특유의 저력을 살리지 못했고 타선마저 침묵, 허무하게 무너졌다.
빙그레는 1차 전에서 4, 8회에만 5안타를 날리며 이 찬스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는 타선의 집중력을 과시했다.
삼성은 타격 2위로 팀 리딩 히터인 김성래 (김성내)의 무릎부상, 오대석(오대석)의 허리부상, 이종두(이종두)의 손목부상 등으로 이들이 결장하거나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해 타선에 큰 구멍이 뚫렸다.
1차전 패배의 큰 이유가 바로 그것(빈공)이었다.
그러나 2차전의 대패는 에이스 김시진(김시진)의 초반 난조 때문.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에이스 몫을 해온 김시진 이었지만 큰 경기에 약한 것이 그의 최대 약점. 김시진은 한국시리즈 7연패와 86년 OB와의 플레이오프 1패에 이어 이날 2차전의 패배로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 등 빅 게임에서 치욕적인 9연패를 기록했다.
빙그레의 예상 밖의 2연승은 김영덕(김영덕)감독의 말처럼 『1승만 올리고 패배하더라도 우리는 본전』이라는 부담 없는 경기가 오히려 타선의 폭발을 가져왔고, 삼성으로서는 한국시리즈 등 결정적인 큰 경기에 약하다는 콤플렉스 속에 부담감을 털어 버리지 못해 경기를 어렵게 한 셈이다.
특히 빙그레는 대구상고 출신의 이정훈·이강돈·김성갑과 경북고 출신의 강정길 등 삼성연고지 출신 선수들이 두드러지게 파이팅을 보인 것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사령탑의 머리싸움에서도 김영덕 빙그레 감독의 치밀하고 세밀한 정석야구가 박영길 (박영길) 삼성감독의 호쾌한 (그러나 정밀하지 못한)야구를 이긴 것이다. 박감독은 『믿었던 타선이 왜 제대로 터지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2차전에서 에이스 김시진의 부진을 크게 아쉬워했다. 삼성의 2연패는 전혀 뜻밖이고 삼성에는 경기의 운마저 따라주지 않았다.
2차전 때 1회초 1사 1루에서 3번 장효조(장효조)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라이너로 잡혀 병살된 반면 빙그레는 1회말 무사 2루에서 보내기 번트 실패가 전화위복이 돼 2번 이강돈이 선제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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